[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그리스 ‘위험한 도박’… 유로존 탈퇴땐 파급 예측불허

입력 2011-11-02 21:24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국민투표’ 깜짝 쇼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총리의 독단적인 결정에 항의해 여당 의원이 탈당하고 야당은 당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그리스 정부 자체가 와해될 위기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 주요국뿐 아니라 그리스 내부에서도 ‘국민을 볼모로 잡은 도박’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혼돈의 정국=그리스 내각은 유럽연합(EU) 구제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현지시간) 새벽 파판드레우 총리와 내각은 전날부터 이어진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국민투표를 가능한 빨리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하리스 카스타니디스 내무장관도 이날 “그리스와 국제기구들 사이에 세부적 지원 방안에 대한 합의가 빨리 이뤄질 경우 이르면 다음 달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총리와 내각은 구제안의 국민투표 통과를 자신하며 속도를 내는 듯 보이지만 상황은 수월치 않다.

우선 4일 치러지는 내각 신임투표 통과가 불확실하다. 여당인 사회당은 총 의석의 절반보다 겨우 2석 더 많은 152석을 유지하고 있다. 원래 153석이었으나 소속 의원 한 명이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에 반발하며 탈당해 1석이 줄었다. 여기에다 다른 여당 의원 6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총리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임투표 통과에는 151표가 필요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각료회의에서도 총리와 교육, 보건, 교통장관 등이 정면충돌했다.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총리의 국민투표 제안 이후 급성위장병으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이 와중에 총리는 육해공 3군 수장을 교체하고, 육군과 해군 장교 수십명을 해임하는 군 인사를 단행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 인사는 예정된 것으로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분분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로냐 드라크마냐=파판드레우 총리와 내각은 “이번 국민투표는 이 정부냐 저 정부냐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유럽과 유로에 대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들이 유로존 잔류를 위해 구제안을 수용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아예 유로존을 탈퇴해 이전 통화인 드라크마화를 선택하는 게 그리스의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과 유로존 탈퇴가 해결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유로를 버리고 드라크마로 복귀하라는 것이다.

드라크마로 돌아갈 경우 이점은 그리스가 돈을 찍어내 채무를 갚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화폐 가치는 하락하겠지만, 오히려 이는 수출 경쟁력을 높여 경제가 반등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2002년 아르헨티나가 페그제를 포기하고 디폴트를 선언할 때와 마찬가지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드라크마 체제로 돌아가는 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그리스 처지에서 보자면 분명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