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리먼사태’ 견뎌냈지만 유럽 위기엔… 월街 ‘대량 감원’ 회오리

입력 2011-11-02 21:25

유럽발 경제 위기가 미국 월가 금융기관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때도 버텼던 대형 금융기관들이 인원 감축, 비용 삭감 등 극단의 조치를 예고했다. ‘제2의 리먼 사태’ 발생 우려를 일으킨 미국 선물중개회사 ‘MF글로벌’ 파동이 있은 지 딱 하루 만이다.

일본 최대 증권그룹인 노무라홀딩스의 자스짓 바탈 부사장은 2일 “업계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며 “지난 2분기는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노무라홀딩스는 지난 2분기 461억엔(약 657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2009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노무라 측은 새로운 시장 현실에 맞춰 비용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삭감 규모는 총 12억 달러로 비용절감 방법 가운데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용이 70%다.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스위스의 대표적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1500여명을 추가 감원하고 투자은행 부문을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 3분기 순이익이 6억8300만 스위스프랑으로 시장 전망치인 9억7900만 스위스프랑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리먼 사태 때에도 사업을 축소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손실이 너무 커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앞서 지난 7월 2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아시아 수출국의 경기후퇴도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4로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었던 2009년 2월 이후 3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51.2를 기록했던 9월에 비해서도 0.8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에 못 미친 것이다. 월가에서는 중국의 10월 PMI가 51.8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의 건강도를 나타내는 제조업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음을 의미하며 50 이하로 떨어지면 경기가 위축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장리췬(張立群) 중국물류구매연합회 애널리스트는 “3분기 투자와 수출이 모두 둔화되고 기업 자금조달 문제가 부각되며 전반적인 경제흐름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그러나 PMI가 크게 내려가며 기업들의 원가부담이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은 지난 9월 PMI가 44.5에서 지난달 43.7로 떨어져 다섯 달 연속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 47.5에서 10월 48로 다소 올랐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