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소통강화 하려다 ‘막말 망신’
입력 2011-11-03 00:39
서울시장 선거 이후… 갈피 못잡는 여야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막말 논란’으로 지도부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2일 오전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는 홍 대표에 대한 성토의 자리였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홍 대표에게 “당 쇄신을 한다고 ‘타운미팅’을 하면서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어떻게 그렇게 막말을 할 수 있느냐”며 “지금 당에 어떤 해를 끼치는지 반성하고 국민들 앞에 사과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대표가 (한·미) FTA를 빗대 갈라파고스 섬을 말씀하셨는데 밖에서 당을 바라보는 민심이 갈라파고스”라고 비꼬았다.
원희룡 최고의원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대책을 얘기하는데 수백만 트위터 사용자들에게 지금 회자되는 내용의 첫 번째가 무엇인가”라며 “정말 뭐 같지 않은 사람이 대들어서 패버리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네티즌들이 나한테 물어온다”고 말했다.
지도부의 비난이 쏟아지자 홍 대표는 “내가 ‘이대 계집애들 싫어했다’고 말한 부분은 대학 재학 중이던 4년 내내 (미팅 여학생을) 싫어했다는 과거 경험으로 설명했는데 전달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다”며 “어떻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일부 인사를 향해 “꼴같잖은 게 대들고”라고 한 데 대해서도 “죄송한 마음이며 정중히 사과한다”고 했다. 홍 대표는 “정중하게 사과한다”는 말을 두 번 했다고 김기현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당내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수도권 한 친이명박계 의원은 “FTA 처리만 끝나면 정식으로 홍 대표 진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파인 정태근 의원은 YTN뉴스에 출연,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한 번만 더 하면 그 자리에 계속 있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쇄신 행보에 나섰던 당 대표가 망신만 당한 채 돌아오자 한나라당이 소통 강화를 위해 내놓은 방안들도 함께 어그러지는 분위기다. 홍 대표가 ‘2040’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추진했던 타운미팅은 잠시 중단됐다. 홍 대표는 이날 밤 TV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출연, 20대 대학생들과 정국 현안 전반에 대해 토론하는 걸 마지막으로 다음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 자리에서 한 대학생이 “내년 선거를 위해 대통령께 ‘반(反)MB’ 정서를 해결해야 하는데 부탁할 일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임기 마무리 좀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생과의 소통 강화 차원에서 여의도연구소가 추진했던 ‘대한민국 드림토크’는 시작도 하기 전에 출연진이 조정됐다. 5일 드림토크 첫 강연자로 예정됐던 김은혜(전 청와대 대변인) KT 전무가 출연을 고사해 이영석 ‘총각네 야채가게’ 대표로 교체됐다. 그러나 오전 회의에서 유 최고위원은 김 전무를 지칭하며 “청와대 대변인 하다 낙하산 인사로 취직한 사람을 어떻게 청년 멘토로 내세울 수 있느냐. 정신 나간 짓”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멘토’로 섭외됐던 코미디언 조혜련씨도 출연하지 않기로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을 친이계 일부가 주도하고 있는 점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근혜계가 홍 대표 거취를 놓고 힘겨루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