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외교 한다고?

입력 2011-11-02 21:58

외교통상부가 최근 5∼7급 직원을 대상으로 영어능력을 평가한 결과 최하인 5등급을 받았거나 아예 시험조차 치지 않은 등급 미취득자 비율이 5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에 따르면 평가 대상이 전 직원이 아니라 일부이고 외교부 기준 5등급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오히려 상급 수준이라고 하나 일부 보도에 따르면 ‘철자 오류가 빈번하고 문장 구조나 어휘 사용의 잘못으로 대화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다. 이런 영어 실력으로 외교 업무를 수행한다면 언어도단이다.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영어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적정 등급을 딸 때까지 해외공관에 못 나가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지만 고민하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애당초 그런 사람들이 그 같은 영어 실력으로 어떻게 외교부 공무원이 됐는지부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영어가 필요한데도 실력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직원은 해외공관 근무는 고사하고 아예 외교부에서 걸러내야 한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금도 재외공관 근무 외교관 중 약 40%가 영어로 공식 외교활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가 지난 9월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에게 제출한 ‘재외공관 근무 외교관 어학등급 현황’에 따르면 재외공관 근무 외교관 1546명 중 5등급이 201명, ‘작문시 읽는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문법과 어휘상의 오류가 때로 의사전달을 방해하는 수준’인 4등급이 406명이나 됐다.

영어가 이 지경인데 제2외국어 실력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구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 전체에 스웨덴어 구사자는 1명밖에 없고, 어학능력 등급 보유자가 3명 이하인 제2외국어는 7개가 더 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감사원 감사 결과 현지어 구사 가능 외교관이 1명도 없는 해외공관 수는 26곳이었다. 도대체 주재국 말도 못하고, 영어 구사도 제대로 못하는 외교관과 외교부 직원들이라니 ‘엘리트 공무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다. 외교 업무의 기본인 언어 능력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외교부 인력 충원 방식에 대수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