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로비의혹 전모 규명 못한 부산저축銀 수사
입력 2011-11-02 22:02
부산저축은행그룹 비리 사건을 수사해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일 76명을 기소하고, 1조395억원의 책임·은닉재산을 환수하도록 조치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전·현직 임원 20명 이외에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을 기소했다. 단일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인 9조780억원의 금융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은 아파트·납골당 건설, 휴양지·해외 부동산 개발, 선박 투자 등 투기사업에 뛰어들면서 고객들의 소중한 돈을 탕진했다.
수사결과 드러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 유형은 금융비리, 기업비리, 권력형 비리, 토착비리가 얽히고설킨 ‘대형 비리 종합 세트’를 방불케 했다. 박태규씨 등 브로커 8명과 부산저축은행그룹 전·현직 임직원들이 청와대, 감사원, 금융위원회, 금감원, 국세청, 정치인, 지방 공무원, 공인회계사에 이르기까지 금융비리를 묵인·방조해줄 선을 찾아 전방위 로비를 한 것이다.
이번 수사로 저축은행업계의 고질적 비리가 드러나고 감독시스템을 정비하는 계기가 된 점은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브로커들이 벌인 정·관계 로비의혹의 전모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최선을 다했다”고 했지만 국민들의 시각과는 동떨어진 느낌이다. 후폭풍을 우려한 검찰이 유력 정·관계 인사들을 배제한 채 수사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검찰은 마무리 수사를 담당할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력을 보강해 세간의 의혹을 말끔하게 해소시켜야 한다.
다행스런 것은 검찰이 1조395억원의 책임·은닉재산을 찾아내 예금보험공사에 통보한 점이다. 검찰은 5000만원을 초과한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해 환수자금이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2만여명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게 된 셈이다. 예보는 법절차에 따라 책임·은닉재산을 환수하는 데 만전을 기울이기 바란다. 금융당국은 부실 금융기관과의 유착관계를 끊고 미비한 검사규정을 확실하게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