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다 잃어놓고 이제와서 나서라니…” 친박, 박근혜 조기 등판론 경계
입력 2011-11-02 18:49
한나라당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잇따라 제기된 ‘박근혜 조기 등판론’에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조기에 당 전면에 나설 경우 총선 결과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소장파 의원들은 “선거 패배 때마다 내놓은 개혁안들이 민심을 얻지 못했고 마련 중인 대책 역시 민심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이제는 박 전 대표가 당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아예 “공정하고 제대로 된 물갈이 공천이 될 수 있도록 박 전 대표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맞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친박계 의원들은 이 같은 주장을 또 다른 차원의 ‘박근혜 흔들기’로 보고 있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2일 “조기 등판론은 현 지도부의 사퇴와 조기 전당대회 개최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며 “전당대회에 박 전 대표가 나갈 경우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안다’며 박 전 대표 흠집 잡기에 나설 일부 인사들의 의도가 담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친박계 중진인 이해봉 의원은 이날 열린 최고의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18대 공천 때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정략적이고 인위적인 공천을 하면 정말 끝이 난다”며 ‘박 전 대표가 공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친박계 인사들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 지도부가 구체적인 서민정책을 실천하면서 국민들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말한다. 또 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정부와의 차별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기류에는 박 전 대표의 의중도 담겨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1일 ‘고용복지’에 초점을 맞춘 복지 구상을 발표하며 정책 행보를 이어간 박 전 대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명박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근혜식 차별화 정책 행보’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