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미 FTA 대치] “ISD, 한·미에 동등히 적용돼 국내 기업이 받는 혜택 더 커”
입력 2011-11-02 18:31
이재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둘러싼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언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극명한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한·미 FTA에 포함된 ISD가 국제 투자 관계에서 불평등 조약이라는 주장과 불가피한 일반적 제도라는 양론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최고 전문가 2명을 통해 정치논리를 뺀 제도·법적 논리로만 한·미 FTA 속 ISD를 들여다본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재형 교수는 ISD가 한·미 양국에 동등하게 적용되는 조항인 만큼 불리할 게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규모보다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 규모가 2.5배 많아 ISD 도입으로 국내 기업들이 받는 혜택이 더 크다고 했다. 이 교수는 “ISD는 외국 기업들을 국내로 끌어올 수 있는 유인책이자 해외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보호막”이라고 주장했다.
ISD 조항 존재만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 수 없다는 주장도 잘못됐다고 일축했다. 이 교수는 “현재 한·미 FTA 협정문에는 국민 건강이나 환경, 위생, 부동산 등 공공정책은 ISD를 적용 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우리가 (공공정책을) 보호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지역 발전을 위해 제방을 쌓아 양식장을 폐쇄하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당연히 보상해 주는 게 맞다”며 “정책 입안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받을 경우 지금 국내법으로도 손해 보상을 해 주고 있는 만큼 ISD 도입으로 크게 달라질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또 글로벌 투자기업들이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해 정부를 위협할 가능성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번 소송을 제기할 때 드는 비용이 대략 100만 달러 수준이고 기간도 2∼3년 걸린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큰 비용이 드는 만큼 신중하게 (소송 제기) 결정해 함부로 제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에서 ISD 조항을 폐기할 경우 되레 우리 기업이 받을 피해도 크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다른 개발도상국과 협정을 맺을 때 ISD가 빠진 한·미 FTA 사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이 주로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의 경우 해당 국가의 법으로 우리 기업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없다”며 “미국과 맺은 FTA에서 ISD를 빼면 다른 나라와 협정을 맺을 때도 이를 근거로 ISD 조항을 넣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에서 패소할 경우 보완책이 있다고 언급했다. ISD는 단심제로 진행돼 심리는 1회에 그치지만 중재안 무효화를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멕시코에 유해 폐기물 공장을 세웠지만 지방 정부의 반대로 가동을 못한 ‘메탈 클래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ICSID는 메탈 클래드의 손을 들어줬지만 중재안 무효화 심판을 한 캐나다 법원은 멕시코 지방정부의 승소를 결정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