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야권대통합 방안 ‘중구난방’

입력 2011-11-02 21:29

서울시장 선거 이후… 갈피 못잡는 여야

10·26 재보선에서 무소속 서울시장이 등장한 후 위기에 휩싸인 기성 정치권이 쇄신 작업에 돌입했으나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친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등 쇄신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야권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놓고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야권대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합 방안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은 이번 주 중 각자 준비한 통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벌써부터 통합 범위와 시기, 방법 등에 대한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2일 기자들과 만나 “오는 6일 이전에 야권통합전당대회 일정과 방안을 확정 발표할 것”이라며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혁신과통합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집단을 대통합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은 혁신과통합이 통합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시점으로 통합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의지가 엿보인다. 당내 486정치인 모임인 진보행동도 이날 전체모임을 갖고 “12월 중 조속한 시일 내에 통합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촉구했다. 손학규 대표가 통합전당대회에 의욕을 보이다 보니 ‘야권통합에 실패하면 내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손 대표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손 대표는 진보정당과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노동단체까지 포괄하는 대통합을 구상 중이지만 “진보정당은 연대의 대상일 뿐 통합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차기 당권 주자들 사이에서는 손 대표가 자신의 대권행보를 위해 무리한 통합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3선의 이종걸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무분별한 통합이 아니라 하나의 노선, 하나의 원칙으로 통합할 수 있는 그런 전제를 만들어야 된다”며 “그런 게 아니라면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지체 없이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잠정적으로 다음 달 11일로 잡혀 있어 시간이 촉박하고, 민노당 등이 통합에 소극적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혁신과통합+노동단체+시민세력’이 합치는 중통합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거론되는 통합 방식도 여러 가지다. 진보행동은 민주당 전당대회와 통합전당대회를 하루에 몰아서 치르자는 주장이다. 진보행동 측 우상호 전 의원은 “진보정당이 통합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중에 들어올 수 있는 통합정당 수임기구를 만들어 두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전·현직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대거 포함된 진보개혁모임은 ‘12월 민주당 전당대회, 1월 통합전당대회’를 선호하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모두 “공천 지분 나누기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즐비한 상황이라 양측의 공천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전날 국회에서 가진 강연에서 집행기구 및 당직 등 배분과 관련, “1991년 통합민주당 등의 전례를 따르면 좋다”고 했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민주연합과 이기택 대표의 꼬마 민주당은 당직은 물론 지역위원장까지 6대 4로 나눴다.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과 새천년민주당이 지도부를 5대 5로 구성해 통합했던 것처럼 민주당과 민주당 외 세력이 5대 5로 통합하는 방식도 제기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