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 모르던 金값, 거품 꺼지나… 9월초 온스당 1900달러서 1715달러로 하락
입력 2011-11-02 21:19
무섭게 오르던 금값이 크게 내렸다. 9월 초 온스당 1900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금값은 한 달도 채 안돼 1600달러대까지 무너지기도 했다. 금값이 급락하자 거품 논란과 함께 ‘10년 상승랠리’가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락세로 돌아선 금값=국제 금값은 런던금시장연합회(LBMA)가 발표하는 현물가격과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 LBMA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골드바를 지정하는 기관으로 세계의 금 거래 은행이 참여해 가격을 고시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가격은(12월 인도물 기준)은 1일 1715.10달러로 마감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9월 5일 1900.23달러와 비교하면 200달러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LBMA에서 금 현물가격은 1일 1702.00달러로 고시됐다. 9월 5일 1896.5달러까지 치솟았던 금 현물가격은 같은 달 26일 1615.00달러까지 떨어졌었다. 금값은 지난 1월 평균 1360.48달러에서 출발해 유럽 재정위기, 미국 더블딥(경기 재침체)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계속 고공비행해 왔다. 9월 평균 가격은 1780.65달러로 1월과 비교해 400달러 이상 뛰었다. 하지만 지난달 1667.89달러로 내리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엇갈리는 전망=최근 금값 하락세는 유로존(유료화를 사용하는 17개국) 재정위기와 맞물려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위기로 신용경색에 내몰린 유럽 투자자, 금융회사가 금을 팔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금값이 지나치게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차익 매물이 나오고, 매물이 다시 매물을 부르는 상황이라고도 진단했다.
투자자들이 앞 다퉈 금에서 돈을 빼는 이면에는 거품 붕괴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금 가격 거품과 붕괴 가능성을 수차례 경고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최근 하락세를 두고 2002년부터 시작한 10년 상승랠리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입지가 굳건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축통화로 안전자산 역할을 하고 있는 달러화 위상이 약해지고 있는 데다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위기 등을 감안할 때 금으로 돈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2007년 692t에서 2008년 1200t, 지난해 1517t으로 껑충 뛰었다. 1980년대 이후 꾸준히 금을 매각했던 각국 중앙은행은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는 되레 금을 사들이고 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당분간 변동성이 확대되는 불안한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는 견해가 아직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