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돌’-‘차인 돌’ 야권통합 주도권 싸움
입력 2011-11-02 18:48
‘영원한 앙숙’이 다시 맞붙었다.
야권통합 문제로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간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양측의 대립은 결국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혁신과통합 공동상임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싸움일 수밖에 없다. 혁신과통합은 친노무현계와 시민사회 진영이 뭉친 모임으로 이 전 총리가 총사령탑이다. 그런데 요즘 두 사람의 신경전이 심상찮은 형국이다.
지난달 30일 혁신과통합은 “11월 6일쯤 민주당 등 야5당에 통합정당 추진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을 접한 손 대표는 같은 날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어 “혁신과통합이 (야당) 통합을 주도하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또 혁신과통합에 앞서 자체 통합안을 발표하겠다고 선수를 쳤다.
지난달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는 두 사람이 더 거칠게 맞붙었다. 손 대표가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적극 밀었고 이 전 총리는 박원순 후보 승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손 대표 쪽에서는 “한때 민주당 밥을 먹던 이 전 총리가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지금까지 나온다.
두 사람의 대립은 2005년 5월의 악연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시 현직이던 이 총리는 지자체장들을 초청해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열었다. 경기지사로 회의에 참석했던 손 대표는 20분 만에 갑자기 “더 이상 이런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그는 다음 날 기자회견까지 열어 “노무현 정부의 기만적인 수도권 정책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반발했다. 회의를 주재하다 망신을 당한 이 전 총리는 두고두고 이 일을 언급하며 손 대표를 비판했다고 한다.
2008년 1월에는 이 전 총리가 손 대표를 망신시켰다. 대선 패배 뒤 야권에서 출범된 대통합민주신당에 손 대표가 대표로 선출되자 이 전 총리가 “정체성이 다른 한나라당 출신이 당 대표를 맡게 된 현실에 고개를 들 수 없다”며 즉각 탈당했다. 손 대표는 이후 지금까지도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2일 “야권통합 주도권 싸움이나 내년 차기 대권 다툼도 결국 ‘굴러온 돌’(손 대표)과 ‘차인 돌’(이 전 총리와 친노계) 간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총리가 측근에게 “대권에 안 나가겠다”고 밝혀왔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계 주자들이 무너질 경우 직접 나서 손 대표와 한판 승부를 벌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