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분노한 獨 “지원 스톱” 그리스 압박
입력 2011-11-03 00:38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돌출된 그리스의 돌발 행위에 대해 전 세계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리스를 지원하겠다며 뜻을 모은 유럽 각국 지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신흥국들은 높아진 그리스 국가부도 가능성으로 인해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위험한 도박”=가장 황당한 처지에 놓인 것은 그리스를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던 유로존 양대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다.
독일은 분노를 스스럼없이 표출했다. 지원을 당장 끊는 방식으로 그리스를 압박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1차 구제금융 가운데 6차분 80억 유로의 지급을 보류한 것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의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나온 소식은 이 나라 정부가 12월까지는 구제금융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이전까지는 돈을 건네지 않을 방침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긴급 회동을 위해 프랑스 칸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그리스의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폭탄을 맞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가 의장국으로서 3∼4일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재선 도전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그리스 다음으로 거액의 빚더미에 앉은 이탈리아는 파장이 확산될까 떨고 있고, 핀란드와 네덜란드는 “더 이상 그리스를 지원하는 게 힘들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라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WB) 총재는 “2차 구제안이 부결된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유로존 전체의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2차 구제금융 방안이 거부되면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악재 또 악재=그리스의 단독 행동이 아니더라도 글로벌 경제는 아직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31일 선물중개업체 MF글로벌의 파산으로 또다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졌다. 유로존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유럽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였고,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내부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 결국 위기가 미국으로 전염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미국과 유럽의 실물경제지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미국과 유로존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기존 3.1%에서 1.8%로, 2%에서 0.3%로 대폭 낮췄다. 이에 시장은 1∼2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올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가장 기대하는 것은 제3차 양적완화 정책이다. 하지만 위원 10명 가운데 절반이 반대하고 있어 이번에도 가능성은 낮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