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전 美국무 회고록 “김대중은 이상주의자… 노무현은 이해하기 어려워”
입력 2011-11-02 19:59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시판된 회고록 ‘최고의 영예, 워싱턴 시절의 회고’에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상을 기록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러 면에서 존경받는 인물이자, 이상주의자’라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다.
라이스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을 “햇볕정책이라는 대북 포용정책(engagement policy)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북한체제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이상주의자”라고 평했다. 이어 “(미 정부 내) 일부 사람들은 김 전 대통령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김정일과 갈등을 피하려 한다고 느꼈다”고 적었다.
그는 2001년 3월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초 김 전 대통령과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분위기에 대해 “회담은 정중했지만 북한을 다루는 방법과 관련해 우리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북한에 도전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라이스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은 나에게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균형자로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하며 강의를 하는 등 반미적 모습을 시사하는 발언을 때때로 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2007년 9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뒤 언론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의 엉뚱한 성격을 나타내는 사건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면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기자들에게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라이스 전 장관은 “9·19 공동선언 내용이기 때문에 새로울 게 없었으나, 부시 전 대통령이 언급했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갑자기 ‘조금 전 말씀하실 때 종전선언에 대한 말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명확히 말씀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해 부시 전 대통령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소 놀랐고 발언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당황했고, 통역사도 놀라 통역을 중단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통역을 계속하도록 재촉했다”며 “이후 부시 전 대통령은 언론회동을 종료했고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노 전 대통령은 그 상황이 얼마나 기이한 상황이었는지를 모르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한편 라이스 전 장관은 대북정책은 “부시 행정부 8년 내내 분열과 이견이 지속된 현안”이라고 말했다. 한 축은 국무부고, 다른 한 축은 딕 체니 부통령실과 국방부였다. 그는 “국무장관은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 불쾌한 상대나 적과도 대화를 시도하려 했지만,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북한과는 합의가 가능하지도 않고, 정권교체를 위한 제재와 고립 강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또 “부시 전 대통령도 강경파였다”고 적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