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목회 현장-안양제일교회] 섬마을에 복음-미래세대엔 선교비전 심는다
입력 2011-11-02 21:01
한국교회의 대표적 차세대 리더인 홍성욱(51) 안양제일교회 목사는 현재 한국교회를 위기로부터 구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선교적 교회’의 실현에 있다고 믿는 선교학자이자 목회자다. 이를 위해 그 자신부터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되거나 유명 목회자가 되는 걸 거부한다. 대신 안양제일교회를 사도행전 1장에 나와 있는 ‘지상 첫 교회(사도행전적 교회)’처럼 변모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1일 기자와 만난 홍 목사는 신학자 에밀 브룬너의 명언, ‘불은 타고 있을 때만이 불이듯이 교회도 선교할 때만이 교회다’란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교회의 본질은 선교입니다. 이는 교회가 선교를 위해 존재한다는 거죠. 교회 구조 또한 선교적이어야 합니다. 교회는 선교를 위해 예배드리고 교육하고 친교하고 봉사하는 공동체입니다.” 예배·교육·친교·봉사·선교 공동체라는 교회 기능의 보편적 등가원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대담한 발언이다.
이는 목회자와 성도들이 선교의 주체를 하나님으로, 교회를 선교의 수행자로 확신할 때 교회는 소망을 가질 수 있고, 최종적으로 ‘불멸하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윈드서핑을 하다 위험에 처한 젊은이들을 구해낸 한 호주 노인을 예로 들어 한국교회의 현실을 부연 설명했다. “호주의 한 해변은 높은 파도 덕분에 젊은이들에게 윈드서핑하기 좋은 장소로 널리 알려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파도가 너무 거세 종종 사고가 난다는 겁니다. 이를 보다 못해 한 노인이 해변가에 작은 움막을 짓고 위험에 처한 젊은이들을 구해냈습니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자 노인을 돕겠다는 사람과 물질이 넘쳐났어요. 노인은 결국 더 이상 사람을 구조할 수 없게 됐습니다. 찾아오는 방문객을 맞이하기에도 벅찼으니까요. 우리는 이제 결정해야 합니다. 교회를 ‘구원선’이 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유람선으로 전락시킬 것인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 갈현동 은진교회를 담임했던 홍 목사는 8년 전 이곳에 부임한 뒤 안양제일교회의 70여년 전통에 ‘모이면 기도하고 흩어지면 전도하는’ 예루살렘교회 모델을 적용하고 미래 지향적 목회철학까지 융합해 선교 중심적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성도 수가 2.5배나 늘어났고, 같은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온누리교회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통합 교단 8000여 교회 가운데 교세에서 상위 8∼9위에 든다. 홍 목사의 선교적 교회론은 은진교회에서 목회할 때부터 빛을 발했다. 교인이 100명 남짓했던 교회가 6년 만에 560명을 훌쩍 넘긴 것. 은진교회 사례는 교회성장을 연구하는 출판사에 의해 발표됐고, 결국 안양제일교회로부터 청빙 받는 계기가 됐다.
안양제일교회가 선교적 교회를 꿈꾸는 것은 매년 여름 10대 중고생부터 92세의 원로장로까지 진도 복음화를 위해 땀을 흘리는 데서 쉽게 알 수 있다. 진도는 전남에서 복음화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처음엔 청년부가 진도주안교회를 섬기기 시작했어요. 2007년부터는 여름 수련회를 ‘사랑과 섬김의 선교수련회’로 바꿔 진도 내 20개 교회를 돕고 있습니다. 10% 남짓한 진도 복음화율이 22%까지 올라갈 때까지 우리의 진도 사랑은 이어질 겁니다.”
안양제일교회의 진도 선교는 1주일간 낮에는 농활, 저녁엔 마을 잔치 등으로 이뤄진다. 구체적으로 어린이 성경학교와 청소년 멘토링, 교회와 주민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축호전도, 한방 의료, 컴퓨터 보수, 집수리, 환경미화, 도배, 이·미용, 피아노 조율, 외국인 상담사역 등이 진행된다. 홍 목사가 직접 현장에서 봉사한다.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고된 일이건만 선교에 참여하는 인원은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여름 650명과 함께 진도를 다녀온 홍 목사는 단기사역뿐 아니라 농산물 직거래로 현지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영혼을 구원하는 인생이 기적을 일으키고 구원의 사각지대를 밝히는 희망 등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홍 목사는 북한선교를 독특하게 펼치고 있다. 북한을 떠날 사람이 아닌 북한에서 소금과 빛, 밀알이 될 사람을 양육한다. 이를 위해 24시간, 365일 이 사역만을 감당할 태스크포스(TF)가 준비돼 있다. 현지에서 요청이 오면 이 팀은 당장 가서 훈련시키고 돌아온다. 지금까지 이 사역을 통해 세례 받은 북한 사람이 100여명에 이른다. 교회가 정기적으로 갖는 ‘열린 구역모임’ 또한 대표적 선교 도구다. 열린 구역모임은 비기독인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다. 각 가정과 야외로 비기독인들을 초청해 자연스럽게 복음의 능력과 성령의 역사를 체험케 하는 것이다.
그는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담임목사는 교육목사이어야 하고 교회학교는 교회의 절반이 돼야 한다는 신조에 따른 것이다. 내년 8월 지하 2층과 지상 6층, 1300평 규모로 차세대를 위한 공간이 완공될 예정이다. 그러면 청년·학생 공간이 어른 공간보다 배 가까이 넓어진다. 홍 목사는 이 같은 시설 투자뿐 아니라 인적 지원도 앞장선다. 청년부 교역자만 10명이나 된다.
그의 민족과 세계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WEC국제선교회와 CAMP(아시아빈곤선교센터) 이사장 등을 맡아 필리핀, 중국 등지의 사역 지원은 물론 현지 리더들과의 폭넓은 교류로 한국과 한국인, 한국교회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 ‘함께하는 선교 패러다임’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홍 목사는 기독교인이라면 각자의 능력과 은사를 정확히 보고 미래를 꿈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 자신을 포함한 ‘속을 보는(In-sight)’ 분석적 예리함과 ‘앞을 예견하는(Fore-sight)’ 통찰력이 이 시대 크리스천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안 보고 미래에만 열광하는 게 비극입니다. 그것은 자기기만이자 ‘아편적’ 복음이해이기 때문입니다.”
안양=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