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에스더의 감기
입력 2011-11-02 18:10
주님! 제 마음의 무게를 재어보세요. 제 간의 무게를 재어보세요…. 아마도 마음과 간이 너무 졸여서 가벼워졌을 거예요.
임신 27주 만에 1.3㎏으로 세상에 태어난 우리 에스더가 10월 16일 드디어 6개월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6개월 세상에 신고식을 너무나 힘들게 치러서 저를 비롯해 저희 남편과 우리 아이들 모두 보름 동안 늘 맘 졸이며 매순간 기도로 버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조심을 했건만 우리 에스더가 코감기로 시작해 기침까지 아주 심한 감기를 온몸으로 치르고 있었습니다. 두 코가 모두 막혀서 잠을 자지도 못하고 어렵게 잠이 들 만하면 기침으로 깨어나고 우유도 몇 모금 빨다 토하고 열이 너무 심해 중이염이 심해졌습니다. 우리 작은 에스더가 감기라는 캄캄한 터널을 잘 지나가 주길 기도드리며 몇 날의 밤을 하얗게 지새웠습니다.
27주 만에 1.3㎏으로 태어난 아이
감기는 약 먹으면 일주일이면 낫고, 약을 먹지 않으면 일주일 걸려야 낫는다고, 결국 약을 먹지 말고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귀가 따갑도록 들은 이야기가 우리 에스더 앞에는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감기가 심해져 결국 목포에 있는 아동전문병원을 찾아가 진찰을 받았습니다. 먼저 우리 에스더 몸무게를 재어 보더니, 담당의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6개월 된 아기의 몸무게가 5.6㎏밖에 되지 않아 항생제를 쓰거나 몇 번 먹어서 약효를 “짠∼∼” 하고 기대하기는 어려우니 습도를 맞춰 주고 해열제 먹이고 아기가 우유를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도록 해보라는 겁니다.
왜 병원에 갔을 때 의사선생님이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가로저으면 주님은 저쪽 한편으로 가시게 해 놓고 겁이 나고 눈물이 나오는지, 저는 너무나 약하고 부족한 엄마입니다. 속이 상해서 울고 있는 저에게 저희 남편은 위로를 합니다.
“에스더는 하나님의 선물이야. 감기라는 예방접종을 주님이 해 주셔서 추운 겨울 건강하게 보내게 해 주시려고 그러는 거니까 속상해하지 마. 봐∼∼ 봐∼∼ 에스더가 웃고 있네….”
제 타는 속을 에스더가 아는지 모르는지 아빠 품에서 잠들며 웃는 에스더를 보니 저의 작은 믿음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콧물을 빨아내는 기구도, 좋다는 수입품 피지오머도 모두 소용없던 날 밤, 끙끙 앓는 에스더를 어깨에서 밤새 재우며 새벽예배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사랑하는 우리 아기 에스더가 아픈 것이 혹시 엄마인 제게 무슨 잘못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주님께 속마음을 아뢰며 기억나지 않는 모든 죄와 허물까지 용서해 주시길 간구하고 일어서는데 퉁퉁 부은 제 눈을 보고 우리 교회 최고 연장자이신 기도대장 권사님께서 “사모님 옛날엔 병원도 멀고 약국도 멀고 귀해서 아기가 감기로 아프고 코까지 메어 보채면 엄마가 아기 코에 입을 대고 콧물을 빨아냈단 말이오. 그라믄 아기가 보채지 않고 잘 잤당께. 사모님도 한 번 해 봐”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거예요.
얼른 방으로 돌아와서 깨어나 지쳐서 큰소리로도 울지 못하는 우리 에스더를 안고 코에 입을 대고 ‘훅’ 콧물을 빨아내니 누런 코가 제 입으로 ‘쏙’ 들어옵니다. ‘할렐루야’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나머지 코에서도 콧물을 빼냈습니다. 정말 몇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는 건 이때의 제 심정을 이야기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콧물이 나와 코가 ‘뻥’ 뚫리니 우유를 맛있게 먹고 너무도 사랑스런 우리 에스더가 곤하게 잠이 듭니다. 잠이 든 에스더 머리맡에 앉아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생후 6개월… 아프지 말고 쑥쑥 커다오
그리고 ‘사랑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을 읽고 또 읽으며 13장 가득 쓰여 있는 사랑에 대한 글자 중에 세 마디가 눈에 가득 들어 왔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모든 것을 참으며…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아! 그렇구나. 사랑은 결국 참고 참으며 견디는 거구나…에스더를 통해 저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며칠이 지나 에스더는 갑자기 ‘쑥’ 자라난 것처럼 늘 120㎎을 넘지 못하던 우유량이 160㎎로 늘고 머리카락이 자라고 다리에 힘이 생겼답니다. 그리고 우리 에스더에게 한 가지 버릇이 생겼는데 코가 답답하면 제 입으로 코를 들이밀고 킁킁거립니다.
너무나 예쁜 우리 에스더, 너무나 사랑스런 우리 에스더는 이렇게 생후 6개월의 홍역을 치르며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 김혜원 사모는
남편 배요섭 목사(전남 해남 땅끝마을 아름다운교회)만 보고 서울에서 땅끝마을 송호리로 시집왔다가 땅끝 아이들의 ‘대모’가 돼 버렸다. 교회가 운영하는 땅끝지역아동센터 아이들 50여명의 엄마로 오늘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