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위 오른 ‘검찰 특수수사’ 관행
입력 2011-11-02 00:51
검찰 특수수사가 흔들리고 있다. 최고 엘리트 검사들이 모인 특수부가 수사한 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들에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진술’을 끌어낸 뒤 강제수사를 통해 증거를 훑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수사 관행을 버려야 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윤갑근 3차장은 법원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해 1일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조각낸 뒤 일부만 보고 전체 결론을 내렸다는 불만이다. 윤 차장은 “애초부터 봐주기 위한 표적판결”이라는 거친 표현도 썼다. 검찰은 이례적으로 판결에 대한 입장을 내고 ‘왜곡된 판단’ ‘의도적 판단 회피’ ‘논리적 비약’ 등으로 공격했다. 특수수사의 상징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총동원됐고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고 자신했던 사건이라 충격이 더 큰 듯했다.
그러나 검찰이 뇌물 등 굵직한 수사를 한 뒤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가 고배를 마신 일이 최근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한테서 5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는 지난해 4월 1심에서 무죄가 났고, ‘그림 로비’ 사건으로 기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도 지난 9월 무죄가 선고됐다. 뇌물죄로 기소된 김대수 강원도 삼척시장, 진의장 전 경남 통영시장도 최근 몇 달 새 무죄 판결됐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역시 법원에서 퇴짜를 맞았다. 진술에 대한 증명력 부족이 법원의 공통된 배척 사유였다.
검찰은 특수수사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밀하게 거래가 이뤄지는 금품수수 사건의 성격상 관련자 진술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차장은 “뇌물 수사에서 진술 말고 뭐가 증거인가”라며 “제3의 목격자나 CCTV 자료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전달자 진술과 객관적 정황이 맞아 떨어지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1차적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이 공판중심주의나 불구속재판주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진술 확보+전방위 압박 수사’라는 관행을 고수한 탓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별한 수사부’라는 엘리트 의식과 오만함이 수사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 9월 전국 특수부장 회의에서 “특수수사의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이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다만 검찰도 공명심 때문에 거칠게 몰아가는 수사를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