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겨우 타결한 채무협상 뒤집힐 수도…유로존 발칵
입력 2011-11-02 00:47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2차 구제금융안에 대해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한 것은 운명을 건 승부수로 평가된다. 자신의 신임투표까지 연계시켰다. 이는 긴축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만큼 민심을 수렴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주 극적으로 타결한 채무협상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2차 구제안에 따르면 그리스 국채 손실률 50% 확대와 1000억 유로의 자금 지원 내용 등이 담겨 있다. 국채 손실률 확대는 그리스 정부 부채 3500억 유로 중 1000억 유로를 탕감하는 효과가 있다.
일각에서는 파판드레우 총리의 승부수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리스 국민의 70% 이상이 유로존에 남기를 원하고 있어 국민투표를 유로존 잔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묻는 구도로 끌고 갈 경우 승산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그리스가 유로존과 국제사회에 진 의무들을 존중할 것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위험천만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더 거세지고 있다. 일단 그리스인들이 긴축 정책에 매우 부정적이어서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리스 전역에서는 긴축에 반대하는 시위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여당인 사회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이 나오고 있어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 현지 일간지 투 비마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차 구제안에 대해 응답자의 45%가 부정적, 15%가 조금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당장 국민투표 제안으로 그리스 구제안 수용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유로존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급부상했다. 1일 그리스 주가가 6% 이상 떨어지는 등 유럽 주요 증시는 오후 들어서도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주 그리스 구제안 합의로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유럽 지도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스 총리의 발언으로 이탈리아 증시가 6% 이상 하락하고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경제불안이 커지자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그리스 국민투표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전화회담을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후 두 정상이 2일 베를린으로 그리스 관계자들을 부르기로 결정함에 따라 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는 “구제안이 무산돼 그리스가 국가부도 사태를 맞으면 세계 경제가 휘청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유로존 위기를 극복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을 뒤집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의 국민투표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체를 위험하게 할 수 있고 2차 구제안이 거부되면 ‘무질서한’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