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네스코 재정지원 중단”… 팔레스타인 정회원 승인 후폭풍

입력 2011-11-01 21:35

미국은 31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을 허용한 유네스코에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11월 중 제공될 6000만 달러가 집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 정회원 가입을 승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신속한 제재성 조치로 다른 유엔 산하기구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다. 미국은 유네스코 연간 예산의 22%를 분담해 왔다. 신속하게 제재 조치를 단행했지만, 내부적으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과연 국가 이익에 부합될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네스코처럼 유엔 산하기구의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이 이어지면 미국은 유엔 기구 재정지원 중단 카드를 계속 쓸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미국은 주요 유엔 기구와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최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된다.

실제로 이브라힘 크라이쉬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 주재 팔레스타인 특사는 1일 “유네스코 정회원국 가입은 수주 내 다른 16개 유엔 산하 기구에 가입하는 데 있어서 문을 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다른 유엔 산하 국제기구 가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유네스코는 회원국이 2년 동안 분담금을 체납할 경우 투표권을 박탈한다. 유네스코에서 발생하는 현안과 관련해 자국 입장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유네스코와 연계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팔레스타인의 회원국 가입을 허용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WIPO는 구글이나 애플 등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보호에 있어 사실상 보호막 역할을 하는 기구다. 핵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미국의 전 세계 안보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지원 중단 조치는 미 국내법에 의한 것이다. 1990년 의회에서 통과된 이 법은 팔레스타인에 국가 지위를 부여하는 유엔 기구에 대해 미국 정부가 재정지원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자금지원 중단이 유엔 기구 내에서의 미국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우리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옵션들이 가능한지를 놓고 의회와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관계가 악화될 것이 뻔해 미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미국의 최대 외교현안인 중동평화협상 중재가 또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유네스코에 가입하면 즉시 동예루살렘 안에 있는 이슬람 유적지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어서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