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소장파 패고 싶다” 말실수 논란… 쇄신나선 한나라, 시작부터 삐거덕

입력 2011-11-01 22:34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2040’ 세대와의 소통 강화에 나섰지만 ‘막말 논란’에 휩싸이는 등 시작부터 쇄신 행보가 흔들리고 있다.

홍 대표는 1일 낮 12시 두 번째 타운미팅을 했다. 전날 대학생들에 이어 20∼30대 사무처 당직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로 당초 공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임은 전날과 달리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결정에 대해 한 당직자는 “참가자들이 신입 당직자라 내부 모임 성격이 돼버려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홍 대표가 전날 있었던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 자리에서 말실수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방침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전날 대학생들과의 만남에서 같은 당 소장파 의원에 대해 “꼴같잖은 게 대들어 패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을 지목하며 “실용주의자라서 정(情)이나 원칙보다 유권자들 표를 우선시한다”고 말했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는 “정치권에 들어오면 한 달 안에 푹 꺼진다”고 쓴소리를 했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당내에서 즉각 불만이 터져 나왔다. 친이명박계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대학생 미팅에서 그런 말씀 하지 마셨으면 한다. 집권당의 얼굴이시고 대표이신데 이제 우리 천막쇄신 해야 하잖아요”라고 홍 대표 처신을 문제 삼았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는 타운미팅을 이어가 이날 밤 여의도 한 고깃집에서 금융업 종사자들을 만났다. 홍 대표는 논란을 염두에 둔 듯 말을 아끼고 듣는 데 집중했다. 한 회사원이 “저축은행 영업정지 등 정부의 금융정책이 정당치 않아 (서울시장 보선에서) 서민 표심이 표출됐다”고 지적해도 반박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잇단 ‘설화(舌禍)’를 의식해 오전에 열린 서울시장 선거 패인을 분석하기 위한 간담회 또한 비공개로 진행했다.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선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는 “쇄신을 위해서는 이전처럼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들이 회의 비공개에 대해 항의하자 김정권 사무총장은 “여러 사람이 백화점식으로 의견을 내면 혼란스럽기 때문에 의견 취합을 위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간담회는 참석 대상 의원 9명이 모두 지각하는 바람에 예정 시간보다 10분이 지난 7시40분에 시작됐다. 회의가 시작되고 나서도 ‘밥 먹고 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의원들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해 당내에서는 “상황이 이런데 내부 개혁이 되기나 하겠느냐”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왔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