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총리 “2차 구제안 국민투표”…세계 증시 패닉

입력 2011-11-02 00:41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경제 불안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구제금융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의 발언으로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지면서 주요 유럽 증시는 1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5%가 넘는 폭락으로 패닉에 빠졌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똥은 미국 10위권 증권사로까지 튀었고 엔화 강세를 저지하기 위한 일본의 외환시장 개입에 G20 정상회의 개최국이자 유로존 해결의 열쇠를 쥔 프랑스와 독일 등이 불만을 표하는 등 주요 선진국 간 불협화음도 커지고 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지난 31일 의회에 출석해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지난주 합의한 2차 그리스 구제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 실시도 의회에 요청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그리스의 운명은 국민들이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날 오후 독일 증시가 6.09%, 스페인 증시가 5.14% 폭락하는 등 유럽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 증시도 장 초반 2% 이상 빠졌다.

그리스의 국민투표 방침에 당황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고위급 EU 관료 등은 2일 베를린으로 그리스 관계자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앞서 미국의 선물 중개업체 MF글로벌이 유로존 채권 투자 등에 따른 손실로 지난달 31일 파산보호를 신청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 회사가 파산할 경우 유럽의 재정 위기로 인해 무너지는 미국의 첫 금융기관이 된다. MF글로벌은 자산 기준으로 미국 내 상위 10위 권내 회사로, 역대 파산 규모로는 8위에 해당한다. 자산은 410억5000만 달러, 부채는 397억 달러로 알려져 있다.

미 금융안정감독위원회(FSOC)는 이날 즉각 화상회의를 소집해 증권거래위원회(SEC), 원자재선물거래위원회(CFTC) 및 연방준비제도(Fed)로부터 일련의 구두 보고를 듣고 대책을 논의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