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나뭇잎 떨어진 자리

입력 2011-11-01 18:05


늦가을 오후, 햇살 받은 수양관 조그만 벤치에 앉아봅니다. 가을 햇살이 무언가 말을 할 것 같아 눈을 감고 귀를 기울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햇살에 시린 눈을 떠보니 마지막 남은 후박나무 잎이 떨어져 있습니다.

가을은 하늘이 열리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후박나무 잎이 다 떨어진 그 자리에는 가을 하늘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여름 후박나무 밑에 앉아 오후를 즐기던 그늘에는 환한 가을 햇살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여름 내내 후박나무 잎에 가려 보이지 않던 하늘이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서 보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남은 잎새까지 다 대지로 돌려보냈지만 후박나무는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곁에 있던 것들이 우리를 떠난다 해도 슬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떠난 그 자리에는 하늘이 더욱 가까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는 우리 곁에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다시 확인합니다. 봄이 되면 나뭇잎이 돋아나는 것처럼 때가 되면 떠나가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곁에 있으면 감사하고 떠나가면 더 좋은 곳으로 갔다고 생각하기에 더 감사하는 것뿐입니다.

배성식 목사(용인 수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