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미 FTA 대치] 與 “野, 의회주의 부정 실망”-野 “MB, 재협상 확답 줘야”

입력 2011-11-01 22:0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여야 합의를 깬 원흉으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지목해 비난했고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거론하며 여당을 압박했다.

전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과 밤샘협상을 벌였던 황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손 대표가 번번이 원내대표 합의를 무산시키는 데 앞장서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과 의심을 갖고 있다”며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를 보며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재협상을 하겠다는 확답을 줘야 처리 절차에 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양당 원내대표 간 날 선 공방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신경전으로 이어졌다. 외통위 회의는 전날 밤부터 비준안 강행 처리에 대비해 외통위원장실을 점거해 밤샘 농성했던 야당 의원들 때문에 시작부터 힘겨웠다. 이들은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오늘은 통일부 예산안만 (심사)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야 농성을 풀었다.

이후 진행된 회의에서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남 위원장과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양당 원내대표 합의문까지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외통위 회의를 방해했다”면서 “어떻게 공동 책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발끈했고 여야 간 입씨름이 한동안 지속됐다. 야당 의원들은 또 외통위 회의가 끝나자 곧바로 회의장을 재점거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 24시간 동안 한·미 FTA 비준동의안 안 한다고 약속해줘야 점거를 풀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야당의 반대로 외통위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어려워지자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모여 안건을 심사하는 전원위원회 소집을 추진키로 했다. 전원위원회는 국회의원 전원이 본회의장에 모여 안건을 심사하는 것으로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개회할 수 있다. 국회법 제63조에 따라 위원회 심사를 거치거나 위원회가 제안한 의안이 심사 대상이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도 전원위원회를 거쳐 곧바로 본회의 의결로 넘어갈 수 있다.

한나라당은 외통위 파행으로 비준동의안의 외통위 처리가 불가능할 경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3일 또는 10일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아직 직권상정을 요청한 것이 없고 지금 논의할 사안도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이 한·미 FTA를 강행 처리하기 위한 명분 쌓기용 전원위원회에 응해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강행할 경우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