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네스코 가입… 국제무대 진입, 복음의 길도 넓어질까
입력 2011-11-01 20:32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유네스코 정회원 가입에 따라 한국교회가 이 지역 선교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동선교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과의 분쟁 당사자로만 알려졌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국제기구의 회원이 됨에 따라 팔레스타인 사회가 더욱 개방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같이 주문했다.
팔레스타인은 그동안 한국교회에 이스라엘과의 투쟁과 테러, 분리장벽, 이슬람이란 키워드로 부각돼왔다. 반면 팔레스타인 주민 역시 하나님 사랑의 대상이라는 관점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다. 현지 선교사들과 이슬람권 사역자들은 1일 팔레스타인의 영적, 현실적 필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서 21년 째 활동 중인 강태윤 선교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현지인들은 유네스코 가입으로 기쁨에 차있다”며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 같이 여긴다”고 전했다. 강 선교사는 쿠스탄디 베들레헴대학 교수의 말을 인용, “마무드 압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유엔에서 연설할 때만 해도 팔레스타인의 국제무대 진입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현지 선교사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가운데 팔레스타인 국기를 게양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팔레스타인 주민들 내 국가 공동체 의식의 확산이라는 분석도 내놓았다. 강 선교사는 “그동안 약했던 국가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자부심의 표현으로 국기를 달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이슬람권 선교 관계자는 이번 변화가 팔레스타인 선교의 호기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낙후된 경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경제 활동, 이스라엘과의 화해·중재 사역, 성경 전달, 교육, 팔레스타인 주변국을 중심으로 한 이민자 사역 등이 당장 필요한 사역이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과 교회를 돕는 일도 시급하다. 세계기도정보(2010)는 베들레헴성경대학의 역할에 주목, 새로운 크리스천 리더들이 복음을 전파하고 이스라엘과 화해하는 사역에 힘쓰자고 당부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구약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데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아직도 일부에선 팔레스타인을 구약 시대의 ‘블레셋’으로 여겨 이스라엘과의 차별을 주장한다. 중동 A국에서 활동 중인 김모 선교사는 “이스라엘은 선이고 팔레스타인은 악이라는 구조로는 선교가 불가능하다. 팔레스타인 주민도 구원받아야할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가입을 ‘넌센스’로 보고 있다고 한인회장인 이강근 유대학연구소장이 밝혔다. 이 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는 서로 합의 없이는 풀릴 수 없는 문제”라며 “팔레스타인이 정치적 명분만 생각하고 독립을 추진하면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당할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