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등 재활 사역 美 세이비아교회 앤 딘 목사, ‘침묵 기도’로 나를 비워 이웃사랑으로 채웁니다

입력 2011-11-01 17:53


미국 워싱턴DC의 빈민가 애덤스 모르간에 있는 세이비어교회의 전 교인은 15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노숙인과 알코올 중독자, 실업자 대상 재활 취업훈련 등 교회가 진행 중인 사역이 20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 연간 2000만 달러(220억원)다.

세이비어교회 앤 딘(영성훈련 담당·사진) 목사가 최근 굿미션네트워크(회장 한기양 목사)와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 교수) 초청으로 방한했다. 딘 목사가 본보와의 인터뷰 또는 목회자 대상 세미나에서 일관적으로 강조한 것은 교회 사역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세이비어교회의 열정적 사역이나 사업에 관심을 가져요. 하지만 우리는 개인의 영적 기도를 강조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것을 간과합니다.” 개인 기도라면 한국교회에 매우 익숙한 것 아닌가. 하지만 딘 목사가 제시한 방법은 달랐다. 세이비어교회의 개인 기도는 철저한 침묵기도다. 교인들은 매일 1시간씩 침묵기도를 하고 1년에 두 차례 각각 3박4일간 침묵수련회도 갖는다. 왜 굳이 ‘침묵’일까. “침묵기도는 나를 비웁니다. 사역에 앞서 내면을 먼저 비워야 합니다. 그런 뒤 다른 사람들이 비로소 나의 내면으로 들어올 수 있고, 사역이나 미션도 내면화가 될 수 있습니다.”

딘 목사에 따르면 침묵기도는 초대교회의 전통이다. 초대교회와 교부시대 교회는 고독이나 침묵을 중시했다. 예수님조차 정기적으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졌다. 하나님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비우고 이웃과 사역에 온전히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하지만 종교개혁은 구교(舊敎)의 폐습과 함께 훌륭한 전통마저 단절시켰다는 게 딘 목사의 설명이다.

침묵기도는 한 개인에게 머무르지 않는다. 이웃을 향한 사랑과 분명한 사역의 헌신으로 이어진다. 매일 1시간 침묵기도는 세이비어교회 교인이 되는 조건이다. 이밖에 매일 1시간 성경 읽기, 철저한 십일조 생활도 교인의 의무사항이다. 철저하게 내면화된 신앙과 함께 은사 중심의 소그룹이 인원수 대비 엄청난 헌신과 사역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침묵기도는 곧 성령의 음성을 듣고 순종하는 것이기도 하다. 딘 목사는 “사회적 실천이나 정의로 이어지지 않는 성령의 음성, 성령 충만은 가짜”라고 일갈했다. “하나님의 에너지(성령)는 너무 강해 우리 안에 가둬둘 수 없습니다. 반드시 내 속에서 흘러넘쳐 이웃에게로 흘러가게 돼 있습니다. 내면에 가둬두고 스스로 만족하는 성령 충만은 거짓입니다.” 딘 목사에 따르면 성령은 창의적이다. 인간은 늘 해오던 방법을 반복하려 하지만 성령은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200개가 넘는 세이비어교회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역도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한 결과다. 딘 목사는 “성령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 곁에서 일하고 계시는 만큼 성령을 재발견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