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카드… 민간 소비 60% 차지

입력 2011-11-01 21:51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너무 멀리 와버려서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 정상화 방안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선진국 수준과는 너무 ‘멀리’ 우리만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되돌아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강도 높은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카드 사용에 따른 과도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소비의 60%가 신용카드=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최종소비지출 6154억원 가운데 57%인 3507억원이 신용카드로 결제됐다. 신용카드 사용액 비중은 2004년 38.4%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다 2009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52.8%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지출이 사실상 신용카드 위주로 재편된 것이다.

카드사 수익 역시 가맹점 수수료·할부 및 리볼빙결제(신용카드 이용대금의 일정부분만 납부하면 나머지 대금은 다음 결제대상으로 자동 연장되는 결제방식) 등의 본업 비중이 같은 기간 49.5%에서 65.2%로 급성장했다. 반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부수업무의 수익 비중은 50.5%에서 34.8%로 급감했다.

문제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이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민간소비지출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 비중이 2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는 과도한 카드 사용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이나 체크·직불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가맹점 수수료를 비롯한 거래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 보니 최근 전방위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연말 발표하는 신용카드 종합대책에 체크·직불카드 활성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도 이와 같은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과세 투명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잃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모든 카드가 ‘리워드(reward) 카드’=미국의 아멕스나 다이너스 카드는 여러 혜택을 제공하는 ‘리워드 카드’를 소수의 고객에게만 발급하는 대신 카드당 대략 40달러 안팎의 연회비를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카드가 리워드 카드다. 극장, 놀이공원은 물론 레스토랑, 피트니스센터, 학원 등 모든 업종에서 제휴 신용카드를 통해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들 서비스는 가맹점 수수료와 연회비로 충당되지만 우리나라의 연회비는 첫 회만 받을 뿐 이후에는 사용 실적에 따라 대부분 면제된다. 2003년 이후 카드사의 연회비 수익 비중 역시 고작 2.1∼2.8%에 불과하다. 아멕스나 다이너스를 본뜬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기도 했지만 일반 카드가 주는 혜택이 너무 많다 보니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에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 축소 등을 통한 강도 높은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카드사의 총수익 대비 마케팅 비용 비율은 2006년 14.8%에서 지난해 25%를 넘어섰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위원은 “고객 차별화 및 특화전략 구성, 고령화 등과 관련된 수익모델 창출, 가맹점 수수료 위주의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