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美 역대 파산규모 8번째… 리먼사태 재연될까 촉각

입력 2011-11-01 22:05

미국 뉴욕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MF글로벌의 자산은 410억 달러로, 미국의 역대 파산 규모 중 8번째다. 최대 규모는 2008년 파산한 리먼브러더스(6911억 달러)였다.

파산 규모가 그리 작지 않은데다 확실한 고삐를 잡지 못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쓰러진 첫 미국 증권사라는 점에서 당분간 시장의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예상치 못한 파산보호 신청으로 그 영향이 서서히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파산보호 신청 사실을 몰랐던 일부 MF글로벌 트레이더들은 자신들의 보안 카드가 실제로 제거된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시카고상업거래소에 나타나기도 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3∼4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재정위기 해결책이 제시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리먼 파산 때와 같이 금융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체계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선 MF글로벌은 선물중개회사여서 자기자본의 수십 배에 달하는 레버리지(차입) 투자를 했던 리먼브러더스나 베어스턴스 등의 투자은행(IB)과 다르다. MF글로벌은 주로 선물과 옵션, 증권 등을 단순 중개하거나 거래상대방이 되는 업무를 통해 수익을 얻었다.

또한 중개업무는 거래를 보증하는 금융 방화벽 역할을 하는 어음교환소(clearing house)를 거치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충격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월가에서는 ‘스타 국채딜러’ 출신으로 뉴저지주 주지사와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친 존 코자인 MF글로벌 CEO의 고집과 오만이 빚은 참사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지난해 3월 CEO로 취임한 코자인은 회사를 중간 규모의 파생상품 중개사에서 본격적인 IB로 변모시키려 했다. 특히 지난해 주가는 올랐지만 저금리로 MF글로벌의 주요 수익원이 줄어들자 그는 “우리는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MF글로벌은 지난해 말부터 유로존 국채에 대규모로 투자하기 시작해 그 규모는 6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몇 배 규모가 큰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의 투자 규모와 맞먹는다.

코자인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가 이렇게 높은(채권가격은 저렴)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유럽은 결코 이들 국가가 쓰러지는 것을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그는 1990년대 초 골드만삭스에서 뛰어난 미 국채딜러로 명성을 떨치며 큰 재산을 모았다.

실무자들이 유럽 채권에 대한 투자 규모가 크다고 우려하면 국채 딜러 시절의 성공과 미 상원의원을 역임한 정치적 경력을 거론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유럽채권 투자팀의 책임자를 새로 채용했음에도 사실상 그 업무를 자신이 챙겼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