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란 직업 갖게해줘 땡큐” 해봐요… 인기강사 백연숙씨가 말하는 ‘자식에게 사랑받는 비결’

입력 2011-11-01 17:36


‘어머님 멀리 계셔도 저희들 마음엔 늘 가까이 계십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2011.5.13 PM 10:09 작은아들)

‘어머님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사랑해요. 엄마’ (2011.5.17 AM 10:07 큰아들)

중년의 아들 둘이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다. 이 얼마나 ‘닭살스런’ 멘트들인가. 하지만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부러울 수밖에 없을 터.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는 이 시대에 두 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은 백연숙(64)씨.

그는 한국씨니어연합의 어르신인문학아카데미, 주부교실중앙회 등에서 ‘아름다운 노년’을 주제로 좋은 관계를 위한 대화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삶에서 얻은 지혜를 일상의 에피소드에 슬쩍 말아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의 강의에는 늘 박수와 웃음소리가 넘쳐난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대한민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아이돌’ 강사란다.

“사실 비결이랄 것도 없습니다. 예부터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하잖아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도 악한 말 대신 선한 말, 고운 말만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는 강의 때마다 수강생들에게 지금 이 시간부터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는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라고 한다. 수강생 대부분은 찔끔하게 마련. 그는 평소 아들 둘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엄마가 여러 가지 직업을 가져 봤지만 엄마와 할머니가 최고의 직업이었어. 그런 직업을 갖게 해준 아들! 정말 고마워!” 그럼 아들이 뭐라고 하겠는가?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감사하죠.”

그는 정말 여러 가지 직업을 거쳤다. 1969년 MBC TV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72년 결혼과 함께 퇴사한 뒤 12년간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85년 KBS 라디오 리포터로 활동을 재개했고, 92년부터 13년간 KBS 방송 아카데미 교수를 했다. 2002년부터 대기업 총수 등의 개인 멘토로 활약했고, 4년 전부터 노인들의 아이돌 강사가 됐다.

이쯤에서 입 씰룩거릴 며느리 적지 않겠다. 연애라도 하듯 속정 듬뿍 담긴 문자 주고받는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에 낀 여자 신세라니…. 아날로그 세대답게 받은 문자를 고스란히 다이어리에 옮겨 적고 시시때때로 들쳐본다는 백씨는 며느리들에게서 받은 문자도 자랑스레 공개했다.

‘아버님 어머님이 안 계시니 집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아요’(2011.3.11 PM 9:58 큰며느리)

‘저희가 늘 부족하지요. 늘 어머니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2011.7.11 AM 10:00 작은며느리)

며느리들과도 알콩달콩 문자를 주고받는 그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똑같이 하니 그 반응도 같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들 며느리는 물론 주위 사람들에게 100가지 흉이 있어도 그것들을 보지 말고, 1가지 좋은 점을 찾아내 칭찬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그는 ‘사랑한다’ ‘고맙다’ ‘잘한다’는 말을 잘 하지 않던 사람들은 처음엔 힘들 테니 거울 앞에서 연습하라고 당부했다. 자꾸 말하다 보면 그런 마음까지 생긴다고.

강의 때마다 “먼저 베풀어라. 사랑을 주면 바라지 않아도 징소리처럼 되돌아온다”고 말하면 꼭 한두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단다.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줘서 이제 남은 것이 없다’는 푸념이 이어지고. 왜 안 그렇겠는가. 60대 이상들은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세대들이니.

백씨는 그런 이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라고 권한다. 부모 사랑은 화수분이지만 그 표현은 힘이 있어야 할 수 있기에.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지치면 싫은 소리를 내뱉기 쉽다.

“저도 1년에 한 번은 혼자 3박4일 여행을 갑니다. 주로 충남 대천으로 가지요. 그곳에서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우리 사람의 황혼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다짐을 합니다.”

그는 길게 시간 내기 어렵고 비용이 걱정된다면 한나절 고속버스를 타고 바닷가나 낯선 도시에라도 다녀오라고 강조한다고. 거기서 가슴 속 깊은 곳에 가시나무가 박혀 있다면 뽑아내고 사랑을 채워 오라는 당부를 덧붙여서.

그의 맛깔 난 강연을 직접 듣고 싶다면 5일 오후 2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서대문구와 함께 서대문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하는 ‘아름다운 변화@독립민주영화제’에 가보자. 80세 할머니의 독립을 그린 ‘할머니와 란제리’에 이어 백씨가 특강을 한다. 입장료는 없다. 선착순 580명.

글=김혜림 선임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