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여름엔 얼음 실종… 14만 이누이트 갈곳 잃어

입력 2011-11-01 17:34

‘줄어드는 얼음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흰색의 경고사인이다.’

영국 가디언의 환경팀장 데미언 캐링턴은 지난 9월 북극권 얼음이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북극권의 해빙이 일부 국가·기업에겐 ‘기회’이겠지만 이는 분명 ‘큰 그림’의 한 부분으로 봐야 한다. 해빙으로 인한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동·식물 멸종 등 생태계 재앙, 거주민의 생존 위기 등 그림자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다. 하지만 북극권에서 유독 속도가 빠르다. 지난 수십년간 이 지역의 기후상승은 다른 지역의 배에 이른다.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 지리학과의 로렌스 스미스 교수는 올해 초 발간한 저서 ‘새로운 북극(The New North)’에서 2050년에는 북극해 전체가 여름에 얼음이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각한 것은 이미 기후변화의 속도가 과학자들의 전망을 넘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발간된 북극기후변화평가프로그램(ACIA)의 ‘북극권 해빙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사용 급증에 따른 온실효과로 북극권의 평균 온도는 이번 세기에 4∼7도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가 지금 당장 온실가스 줄이기에 나서더라도 강수량 증가와 짧은 겨울, 눈과 얼음 급감 등의 기상변화는 수세기 동안 지속된다.

북극의 해빙은 전 세계 기상이변과 생태계 충격을 동반한다. 얼음과 눈이 녹음에 따라 드러난 검은 지표면과 바닷물은 태양열을 훨씬 빨리 흡수한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담수인 북극해 얼음이 녹음에 따라 해수면이 높아질 뿐 아니라 해류의 순환 패턴이 크게 바뀔 것이다. 이는 훨씬 잦은 기상이변으로로 나타난다.

툰드라와 얼음·눈이 사라짐에 따라 북극곰과 순록, 사슴 등 거주 동물들은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물론 식생대의 북상으로 곡물이 자랄 농업 지역은 확대된다.

해빙은 북극권 내에도 극심한 지역 불균형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스미스 교수에 따르면 해안 유전개발과 북극항로 개설로 개발은 해안가에 집중된다. 반면 내륙은 교통로의 역할을 해온 얼음이 사라져 교통이 두절되고 거주지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무엇보다 사냥과 어로 등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잃게 될 14만여명의 이누이트들의 생계가 발등의 불이다.

배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