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살롱·학원 등 사상 첫 휴업 예고…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

입력 2011-11-01 21:50

유흥주점과 학원, 안경점 등 60여개 자영업 종사자 500만여명이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며 사상 첫 휴업에 돌입한다. 여러 업종의 자영업자들이 한꺼번에 가게 문을 닫는 건 처음이다.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이달 30일 서울 장충동 실내체육관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1일 밝혔다. 이날 집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회원들은 휴업으로 카드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로 했다.

직능연합회에 따르면 집회 참가인원은 5만명, 휴업에 동참키로 한 자영업자 규모는 500만명 수준이다. 이들은 서울 집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부산·대전, 내년 1월 대구·광주·제주에서 시위를 벌여 카드 수수료 인하 분위기를 전국으로 확산시킨 뒤 내년 2월 서울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직능연합회는 자영업자 및 기능을 가진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 1998년 설립한 경제단체로 290여개 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자영업자들은 업종 구분 없이 카드 수수료율을 1.5%대로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카드사들이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 이하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내놨지만 유흥업과 마사지, 학원 등 대부분 업종이 인하 대상에서 제외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상임대표는 “유흥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영세한 자영업자지만 카드사들은 일방적으로 이를 사치업으로 규정짓고 고율의 수수료를 매기고 있다”며 “더는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 휴업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현재 유흥 및 사치업의 경우 이용료와 봉사료를 합친 비용의 4.5%를 카드 수수료로 내고 있다. 안경점은 2.6∼2.8%, 학원은 3.0∼3.5%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기회에 불투명한 카드 수수료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기세다. 음식업중앙회가 지난 18일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범외식인 결의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한국관광호텔업협회 등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금까지 업종별로 이뤄지던 반발이 자영업 전체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직능연합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인하에 공감하고 뜻을 모아 행동으로 표출하기로 한 데 의미가 있다”며 “한국에서 똑같이 장사를 하고 있는데 업종에 따라 카드 수수료를 차등해서 받는 건 불공평한 처사인 만큼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