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한·미 FTA 대치]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제1야당
입력 2011-11-02 00:49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 눈치를 봐야 하는데다 내부적으로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 상반기 한·유럽연합(EU) FTA 처리에 발목이 잡혀 4·27 경기도 분당을 보궐선거 승리로 쌓은 당 지지율을 다 깎아먹은 악몽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또 1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오는 12월 전후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야권 통합전당대회로 치르기로 잠정 결정해 향후 통합 범위와 방식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이용섭 대변인은 “통합전대를 치르자는 데 최고위원들 간에 큰 이견이 없었다”며 “곧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등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FTA 강행 처리를 우려해 민노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실을 점거하는 등 겉으로는 찰떡 공조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동상이몽에 가깝다. 민주당 한 의원은 “우리 당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만 없애면 FTA를 하자는 쪽이고 민노당은 FTA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 아니냐”며 “애초부터 생각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언제든 양측이 갈라설 수 있는 상황이어서 야권 대통합이 최대 과제인 민주당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점거농성 등 ‘몸으로 때우는 것’보다 FTA를 택할 것인지, 다른 야당을 택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게 더 골치 아프다는 의견이 많다. 민주당이 FTA 문제로 다른 야당이나 시민사회로부터 공격받게 되면 야권통합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는 더욱 힘들어진다.
한나라당이 FTA 강행 처리를 시도할 경우 이에 대한 대응 수위를 둘러싸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충돌할 가능성도 높다.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미 FTA 투쟁은 전면 투쟁을 할 수밖에 없었던 미디어법이나 4대강과는 내용이 다르다”며 “투쟁 수위를 조절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크다.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과 이종걸 문학진 의원 등이 속한 당내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 2012’는 성명을 통해 “한·미 FTA 날치기 저지 투쟁은 야권통합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국민 앞에 증명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날치기 저지 투쟁의 최일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는 농림수산식품위원회로 옮겨간 송민순 의원을 대신해 강경론자인 박주선 의원이 참석했다. 송 의원은 한·미 FTA 조건부 찬성론자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