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글로벌 경제] “G20 코앞서 외환시장 개입하다니…” 국제사회, 日 비난 봇물

입력 2011-11-01 18:25


일본이 올 들어 세 번째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자 세계 각국은 “환율전쟁을 야기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는 3∼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혼자 살겠다는 일본에 국제공조를 압박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엔고 저지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1일 단행된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의 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10조엔(140조원)에 이를 것으로 1일 추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조엔 가량으로 예측했다. 이 돈을 투입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샀다는 얘기다. 지난 3월(7000억엔)과 8월(4조5000억엔)보다 크게 웃도는 금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기록적인 엔고를 방치할 경우 동일본 대지진에다 유로존 위기까지 겹쳐 국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나온 고육책이다.

엔화는 2008년 이후 달러와 유로에 대해 각각 41%, 46.9% 절상됐다. 전날 엔·달러 환율은 장중 75.32엔까지 떨어지면서 역대 최저를 기록, 엔화 가치가 최고치를 찍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엔고는 치명적이다. 수출에 타격을 입히고 이는 실업률 감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이에 지난해 세계경제를 뒤흔든 글로벌 환율전쟁의 방아쇠가 다시 당겨졌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공조의 부재를 노출시킨 사례”라고 비난했다. 중국에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얼마 전 유로존 채무 협상을 가까스로 타결지은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등은 매우 당황한 모습이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상호파괴적인 통화전쟁을 부를 수 있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독일 정부 관계자도 “환율 안정을 추구하는 G20의 의지와 충돌된다”며 “엔고 저지에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6년 만에 개입했을 때나 올 3, 8월에도 깜짝 효과에 그친 바 있다.

또 아직 불확실성이 강한 유럽과 미국의 경제 상황으로 볼 때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 엔으로 계속 집중될 것이란 관측도 이를 뒷받침한다. 엔화 강세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두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 정책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달러·유로화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이 저하되면서 안전자산에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의 앤드루 콕스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 이번 개입이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전날 도쿄외환시장에서 79.54엔까지 치솟았던 엔·달러 환율은 1일 78엔 대로 다시 밀렸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