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뽑을 사람 없으니 인도인이라도…” SW 인력 공백
입력 2011-11-01 22:12
국내 유명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한 중간 간부는 최근 신입사원 실무면접을 본 뒤 “회사에서 원하는 수준의 소프트웨어 인력은 지원자 중 10%에 불과했다”며 “눈에 띄는 사람들을 뽑더라도 우리 회사를 선택해 출근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소프트웨어 인력 200명을 뽑을 예정”이라며 “혼자서 본격적인 개발업무를 하기까지는 최소 1년 정도는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과 대학에서 배출되는 인력 간의 불균형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 전자업계 수장들은 소프트웨어 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은 1일 사내 소프트웨어 분야의 최고 인력인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인증패를 수여하는 자리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곧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최지성 부회장도 전날 창립 42주년 기념식에서 “소프트웨어 분야 우수 인재를 적극 발굴해 육성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프트웨어 인력 없어서 못 뽑아=소프트웨어 인력 강조는 현재 원하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현재 2만5000명인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3만5000명으로 끌어올릴 방침이지만 국내 인력이 부족해 인도 등에서 인력을 수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내식당에 인도식단을 따로 마련할 정도다.
LG전자도 인도 출신 소프트웨어 인력이 5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 출신 개발자 대부분은 국내에서 충원이 힘든 고급 인력들”이라며 “국내 인력은 뽑고 싶어도 뽑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도 인력 충원도 힘들어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소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신규 인력을 충원하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잘 키운 인력들을 중견 또는 대기업에 빼앗기기 일쑤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판매업체인 M사 인사담당자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연봉을 주고 어렵게 소프트웨어 인력을 채용해 회사에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어느 정도 키워놓으면 거래하던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잦아 허탈할 때가 많다”면서 “대기업으로 옮겨가는 직원들 보면 인력에 투자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건지 회의가 들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인력수급 불균형 왜?=문제는 국내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우선 대학에서 배출하는 전공인력이 크게 줄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4개 주요대학(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고려대)의 소프트웨어 전공 졸업자는 2007년 297명이었으나 2010년에는 절반가량인 159명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고급 인력은 상당기간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까지 석·박사급 소프트웨어 인력 9973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반적인 이공계 기피 분위기가 만연한 가운데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몇 개월간 밤새워 일할 정도로 노동 강도가 높은 반면 성공 확률도 낮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선 대학교육의 부실 문제도 지적한다. 한 전자업체 인사담당자는 “소프트웨어 전공자라고 채용하지만 실무에서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이 필요하다”면서 “대학에서 업무에 필요한 기술이나 개발 언어에 대한 전문교육이 이뤄지면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들도 할 말은 있다.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유인경 교수는 “정부에서 연구중심 대학을 강조하다 보니 연구 업적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대학에서 실무 강의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대안으로 맞춤형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연세대·고려대·성균관대에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를 만들어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LG전자도 올 초 서울대·카이스트·포항공대 등 전국 13개 주요 대학들과 산학협약(MOU)을 체결했다. NHN은 2013년 개교를 목표로 자체 소프트웨어 양성 기관인 ‘NHN넥스트’ 설립 준비가 한창이다. NHN 김평철 고문은 “우수 인재의 소프트웨어 기피 현상이 고착화돼 대학 전공자 출신만 기대하지 않고 타 분야 전공자를 포함한 인재를 선발해 양성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맹경환 김수현 임세정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