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당신은 모든 것을 맡기고 있습니까?…‘전적의존’

입력 2011-11-01 17:28


전적의존/김길 지음/규장

김길 목사의 첫 책 ‘증언’을 읽고 난 뒤 그가 지독히 고생을 한 목회자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증언’ 속에는 9세 때 부친을 여의고,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 고아가 된 김 목사가 겪은 고통들이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어린 시절 목포의 쓰레기장을 뒤지며 자랐던 그가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한 뒤 오직 그분의 인도하심만 믿고 달려간 삶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사실을 공감했을 것이다.

‘증언’은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그는 ‘사명’과 ‘충만’을 연이어 썼다. 명실상부한 인기 기독 작가가 되었지만 그의 정체성은 여전히 부흥을 소망하는 목회자다. 첫 책을 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명동의 신실한 교회’라는 뜻의 ‘명신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명신교회는 이곳저곳의 카페를 빌려 예배를 드린다.

최근 4번째 책 ‘전적의존’을 출간한 김 목사를 명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45세의 김 목사와 이야기하면서 복음을 향한 그의 강한 야성에 매료됐다. ‘선하신 하나님’에 대한 그의 무한 신뢰가 부러웠다. ‘래디컬(Radical)’을 쓴 데이비드 플랫 목사와 ‘코뿔소 교회가 온다’의 어윈 맥마너스 목사가 연상됐다. 그는 결코 이 사회에 길들여지지 않는 래디컬 크리스천의 삶을 살고 있었다. 명사형이 아닌 동사형의 생생한 실화(實話)의 목회를 펼치고 있었다. 그 나이또래 목회자들의 경험을 초월한 ‘살아냄’이 있었다. 그래서 그의 말과 글은 힘이 있다. 지금 한국 교회에는 ‘다른 소리’를 내는 목회자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늘 했었기에 그와의 만남은 신선, 유쾌했다.

‘하늘의 모든 좋은 것을 받는 삶’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전적의존’을 읽다보면 그가 책상머리에서 글을 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그랬다. 이 책은 김 목사가 전 삶을 통해서 피를 절절 흘리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는 크리스천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심지어는 비신자들까지도. 그분과의 관계는 영원의 상태를 결정한다. 잠시 사는 이 세상을 지나 우리는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 산다. 그래서 모두가 이 땅에서 먼저 그분께 의존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제한된 존재인 인간은 매순간 그 전적의존에 대한 꿈을 달성하지 못한다. 하나님 대신 돈과 환경, 명예와 자신을 의존하는 스스로를 발견하며 꺼이꺼이 운다. 하나님께 100% 헌신된 삶을 살기 원하지만 이 세상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삶을 사는 나. 바울과 같이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라는 탄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절망 속에서 우는 사람들이다. 종교적 위선자들이다. 탕자 이야기 속의 작은 아들과 큰 아들 모두다.

책은 3부로 나눠져 있다. ‘왜 의존하지 않는가’ ‘의존이 사라진 곳에 죄가 싹튼다’ ‘전적의존의 삶을 살라’ 등. 우리가 전적의존의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와 전적의존하지 않은 결과, 그리고 전적의존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론 등이 기록되어 있다.

책 전체에 흐르는 주제는 회개다. 김 목사는 체험을 통해 부분이 아닌 전부를 맡기는 믿음이야말로 진정한 제자의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임을 알게 됐다. 하나님과의 관계가 인생을 결정한다고 할 때, 전적의존이야말로 하늘의 모든 좋은 것을 받는 삶의 비결이었다. 그런데 전적의존을 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이 있다. 그것은 회개다. 돌이킴이다. 터닝(Turning)이다. 터닝하지 못하면 도저히 전적의존 할 수 없다. 회개하기 위해서는 아버지 마음을 알아야 한다. 동구 밖에서 집 떠난 작은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야 그분께로 돌아갈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바로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 목사가 이 책을 통해서 강조하는 중요 포인트 가운데 하나다. 하나님 앞에서의 선(善)이란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악(惡)이란 그리스도를 배척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김 목사는 첫 장부터 도전한다. “(당신은) 마음대로 사는가, 의존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전적의존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사항이 아니다. 죄란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존하는 데서 떠나는 것이다. 전적의존하지 않을 때에 하나님으로부터 어떤 좋은 것도 받을 수 없다. 전적의존은 상식과 기적의 임계점을 돌파하게 한다. 신앙의 용광로를 끓게 하는 힘이다. 그 전에는 결코 물이 끓지 않는다. 돌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항복선언을 하고 아버지께 모든 것을 맡길 때 기적의 삶을 살 수 있다. 관계는 풀리며 재정은 풍성해진다. 말대로 되는 세상이 온다.

전적의존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이 있다. 교만은 전적의존을 하지 못하게 하는 치명적 요소다. 이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사랑하는 것도 신자로 하여금 전적의존을 하지 못하게 한다. 김 목사는 평생 어렵게 살았다. 재정에 대한 유혹이 많았다. 그러나 역으로 재정의 문제를 극복할 때, 전적의존의 길은 수월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에게 언제라도 도움을 주는 ‘애니콜 목사님’이 계셨다. 김 목사는 의지적으로 그 목회자에게 도움 요청을 하지 않았다. “그 목사님의 핸드폰 번호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연락하라는 비상버튼과 같았다. 도와 달라고 몇 번을 망설였다. 그래서 번호를 지웠다. 혹 번호가 있으면 마음이 복잡할 때 갑자기 전화해서 횡설수설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그런 실수를 여러 번 했다. 도움이 필요할 때 하나님보다 사람을 의지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 김 목사에게 하나님은 절대적으로 선하신 분으로 다가오셨다. 그분은 재 대신 화관을, 슬픔 대신 희락을 주시는 분이었다. 지금의 고난과 실패까지도 그분 안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결국 모든 문제는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다. 그 관계가 회복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입으로만 섬기는 하나님은 진짜 하나님이 아닙니다. 관계가 회복되려면 자신에게 정직해야 합니다. 나는 하나님을 어떻게 대하고 있으며, 그분과의 관계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를 정직하게 봐야 합니다.”

상한 마음, 가난한 마음, 깊은 고백, 용서, 예수님과의 친밀한 동행 등은 관계회복과 전적의존을 위해 생각해야 할 요소들이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목포의 어느 쓰레기장을 배회하는 한 슬픈 꼬마와 동시에 내 앞에서 당당하게 ‘아버지 하나님’을 이야기하던 ‘래디컬 목회자’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한 목회자의 인생을 건 전적의존. 그리고 한량없는 은혜. 사랑. 모든 것이 책 속에 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