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셰프 한국계 미국인 주디 주 “한식 세계화 용어 표기 통일해야”

입력 2011-11-01 19:05


“한식 세계화를 위해 한국 정부는 한식과 관련된 용어의 철자법 통일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작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마련된 미식축제 ‘서울 고메 2011’에 참가한 영국 플레이보이 클럽 런던 레스토랑 대표 주디 주(37)를 1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 뉴욕에서 6개 식당을 가봤는데 김치 표기가 전부 달랐다고 지적하며 “한식은 맛있는 데다 건강식이어서 세계화는 시간문제지만 작은 부분들이 의외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2005년부터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뉴저지주로 이민 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주디는 “어머니가 텃밭에서 가꾼 배추로 담근 김치를 먹으면서 자랐다. 그 손맛이 나를 요리 세계로 인도했다”고 말했다.

미각에 눈뜨게 한 어머니였지만 정작 그녀가 셰프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회사를 그만두면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할 만큼 반대했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화학자였던 주디는 자연스레 공학도를 꿈꿔 뉴욕 컬럼비아대에 진학,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 졸업과 동시에 모건스탠리에 취업했던 그가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요리사가 되겠다고 나섰으니 부모들이 말릴 수밖에. 주디는 “요리가 좋았고 내 삶이었기에 고집을 부렸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손맛, 한번도 잊은 적이 없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공학도로 배운 모든 것이 제 요리에 녹아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40여 가지 메뉴에 불고기 보쌈 등 한국 요리를 올려놓고 있으며, 된장 실고추 등 한식 재료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2010년 영국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 ‘다음 세대의 철인 요리왕’에서도 한국 요리를 선보여 최종 진출자 4명에 들었다. 요즘 게스트 셰프로 출연 중인 영국 요리채널 ‘마켓 키친’에서도 만두 잡채 등을 소개해 한식 세계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공식기자회견에 참가한 세계적인 셰프 6명도 한식 세계화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이들은 지난 30일 방한한 뒤 전북 전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한식을 맛보고 식자재도 훑어봤다. 미슐랭 3스타 셰프인 스페인의 호안 로카는 “현대요리의 1차 혁명은 프랑스, 2차 혁명은 스페인이 일으켰는데, 3차 혁명은 오랜 전통과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한국이 이끌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