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희옥] 중국, 문화강국의 두 얼굴
입력 2011-11-01 17:43
중국의 개혁은 진화 중이다. 경제체제개혁에서 출발하여 정치체제개혁을 거쳐 문화체제개혁을 향하고 있다. 지난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제4세대 지도부의 마지막 공산당 중앙위원회(17기 6중전회)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문화체제 개혁추진의 심화가 사회주의 문화대발전과 대번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의 중요문제에 대한 결정’이라는 문건을 채택했다. 여기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사회주의 핵심가치 건설, 문화산업의 발전, 공공문화 서비스의 균등화, 문화산업의 지주산업화, 중화문화의 세계화, 고급 문화인력의 육성 정책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문화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중국의 장기적인 생존과 발전전략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개혁 배경은 치안 관리
그런데 중국은 왜 ‘지금 여기서’ 문화를 주목하는가. 국제정치에서 소프트파워의 핵심인 문화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고 21세기 제국은 패도(覇道)가 아니라 왕도(王道)가 필요하다는 것도 공감을 얻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과거 문화적 흡인력을 바탕으로 한 조공체제의 경험을 현대적으로 복원하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꿈을 실현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지도체제 출범을 앞두고 시대정신을 주도하고 ‘중국모델’의 내용을 풍부하게 채우는 한편 문화외교의 기틀을 잡기 위한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그러나 중국이 문화체제 개혁을 제기한 배경에는 또 다른 고민이 숨겨져 있다. 하나는 갈수록 상업화되는 공중파를 효과적으로 규제하는 한편 중국의 전통문화와 사회주의 핵심가치를 고취하기 위한 것이다. 이미 TV에 대해 ‘오락프로그램 제한령’을 발동했다. 즉 황금시간대(오후 7시30분∼10시)에 방영할 수 있는 오락프로그램을 2개 이하로 제한했고 한류 드라마를 포함한 외국드라마도 규제대상이다.
또 하나는 경제 개방과 정보통신혁명이 가져다 준 새로운 사회치안관리 차원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특히 내년 제18차 전당대회를 앞두고 밑으로부터의 다양한 사회적 불만이 행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정부는 이러한 여론을 부분적으로 수렴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효과적 사회치안관리체제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출발은 엄청난 속도로 증식하는 인터넷에 대한 통제로 나타났다. 2011년 초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인터넷 관리를 강화하라고 지시한 이후 다양한 통제조치들이 등장했다. 일례로 금년 7월 원저우 고속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하자, 중국의 최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인 웨이보(微博)는 정부를 비판했고 이 사실이 수억명의 네티즌을 중심으로 널리 유포되었다. 그리고 8월초 다롄(大連) 시민이 환경오염물질 유출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자 한동안 ‘다롄’이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인터넷에서 지워버리기도 했다. 17기 6중전회의 폐막 직후 공안라인 책임자인 저우융캉(周永康)은 “사회관리에 창의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인터넷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재삼 강조하기도 했다.
자유로운 소통 보장돼야
중국이 문화체제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방향성은 맞다. 그러나 문화는 위와 아래 그리고 안과 밖으로 서로 소통하는 개방성이 핵심이다. 현재 골머리를 앓고 있는 부패나 지대추구(rent seeking) 행위도 사실 제한된 시장, 관료의 손이 닿는 공간에서 싹튼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고대문화와 현대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중국강국을 21세기에 꽃피우고자 한다면 문화가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문화체제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희옥(성균관대 교수·정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