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손학규 정동영 김진표의 말 바꾸기
입력 2011-11-01 17:4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문제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 있다. 야당들의 극렬한 반대로 FTA가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해버린 형국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김진표 원내대표가 반대진영의 선봉에 있다. 그러나 이들 3인은 FTA가 체결된 노무현 정부 때만해도 FTA 옹호론자들이었다. 여야 간 정권이 교체되고, 개인적 위상이 달라지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손 대표의 경우 노무현 정부 당시 한나라당 소속 경기도지사로서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 한·미 FTA다. 미국과의 FTA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이라고 했다. 그랬던 그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오른 요즘에는 “한·미 FTA는 국가의 장래를 해치는 일이다. 미국 눈치보기식 FTA, 우리의 주권을 내주는, 국민의 쓸개를 내주는 FTA 비준은 결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정 최고위원도 가관이다. 그는 2006년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와 만나 “FTA가 완성되면 상호방위조약에 이어 향후 50년간 관계를 지탱시켜줄 두 번째 중요한 기둥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했다. 토론회 등을 통해서는 “머리띠 두르고 반대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면 공격적으로 개방의 파고를 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한·미 FTA는 애국이냐, 매국이냐 갈림길에 서 있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민의 운명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회 비준을 막기 위해 국민 4800명이 국회의사당을 둘러싸 달라는 선동까지 마다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미 FTA 평가위원회’ 일원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는 국내 제도의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만든 바 있는 김 원내대표는 “ISD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이러니 ‘변신의 달인들’이라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제1 야당을 이끌어가는 이들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민주당의 수권 능력이 의심받고 나아가 정치 불신이 가중되는 건 당연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