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유네스코 정회원 가입… "팔 가입땐 탈퇴" 美 대응 관심
입력 2011-11-01 00:43
팔레스타인이 국제사회에서 정식 국가로 인정받는 데 한 걸음 다가섰다. 유엔 산하 기구 가운데 처음으로 유네스코에 정회원국으로 가입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은 환호했고, 이스라엘은 분노했다. 유네스코 재정의 22%를 담당하면서 팔레스타인이 가입할 경우 탈퇴하겠다고 주장해 온 미국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31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유네스코는 이날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총회를 열고 찬성 107표, 반대 14표로 팔레스타인의 정회원 가입을 가결했다. 기권은 52표였다. 이날 투표에는 193개 회원국 가운데 173개국이 참석했으며 팔레스타인 가입안은 기권표를 제외한 121표 중 3분의 2 이상을 얻어 통과됐다.
리야드 알말키 외무장관은 “이 투표는 팔레스타인인이 겪은 불평등의 작은 부분을 지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한 고위관리는 “아주 중요한 승리다. 협박과 위압에 맞선 인간 정신의 승리다”고 평가했다.
찬반을 놓고 고민해오던 프랑스는 찬성했다. 대부분의 아랍,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국가와 중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도 찬성표를 던졌다. 이스라엘과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은 반대했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영국 등은 기권했다.
유네스코를 유엔 회원국 자격 획득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팔레스타인은 아랍 국가들의 지지 속에 결과를 낙관해 왔으나 이스라엘과 미국은 탈퇴를 경고하면서 반대해 왔다.
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은 표결 직후 “팔레스타인의 유네스코 정회원 가입은 중동평화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는 팔레스타인의 책략으로 평화협상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할 뿐 아니라 나아가 타결 가능성을 없앨 것”이라며 “찬성표를 던진 국가는 이스라엘에서의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기권에 대해 “미국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면 반대표를 던지는 게 맞지만 경제적 이해가 걸린 아랍권의 요구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익을 고려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협상의 틀을 벗어난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승인에 대해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의 기권표 행사는 오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유엔 가입결정 논의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
한승주 백민정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