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불펜운용… 공수 빈틈없어
입력 2011-10-31 22:58
삼성 라이온즈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인은 강력한 불펜과 류중일 감독의 ‘형님 리더십’ 때문이다.
오승환을 정점으로 한 삼성의 마운드는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어깨와 팔꿈치 통증 탓에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오승환은 정규리그에서 1승47세이브나 올리며 삼성의 뒷문을 튼튼히 걸어 잠근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도 팀이 승리한 1·2·4·5차전에 마무리로 나와 ‘끝판대장’의 위용을 재확인했다. 삼성이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도 마운드에서 포효한 선수도 오승환이었다.
여기에 ‘필승 계투진’도 최강이다. 선발로 뛰다 중간으로 돌아선 안지만은 정규리그에서 11승 16홀드를 수확했고, 정현욱(4승 22홀드)과 권혁(1승 19홀드) 두 필승조도 제 몫을 해내고 막강 방패 완성에 힘을 보탰다. 왼손 에이스 차우찬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불펜으로 보직 전환, 3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퍼펙트를 기록해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올렸다. 5차전에는 선발로 나와 승리투수가 돼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만 2승을 올렸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 류 감독은 ‘초보’ 답지 않은 노련한 경기 운영과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단결시켰다. 지난해 12월30일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놓은 선동열 전 감독(현 KIA 감독)의 뒤를 이어 삼성의 13번째 사령탑에 오른 류 감독은 당초 4∼5위정도 될 것이라는 주변의 예상을 깨고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뒤 기어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강적 SK를 꺾고 패권을 거머쥐었다.
삼성에서 13년을 선수로 뛰고 코치로 11년을 재직하다 사령탑에 올라 누구보다 선수와 선수단 분위기를 잘 아는 류 감독은 선수와 코치진을 완벽하게 장악해 공수에서 빈틈없는 팀으로 만들었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야통(야구대통령)’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의 탁월한 선수 운용이 빛났다. 1차전에서는 선발요원이었던 차우찬을 한 발 빠르게 등판시켜 승리를 지켰고, 2차전에선 2-1 간발의 차이로 앞선 8회 대수비로 기용한 이영욱이 정확한 홈 송구로 상대 주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을 연출시켰다.
류 감독은 또 투수력만 강조했던 지난해와 달리 젊은 타자들을 집중 육성시켜 타력에서도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미완의 대기’ 최형우는 올 시즌 홈런과 타점에서 이대호(롯데)를 제치고 양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쐐기 홈런포를 날리며 홈런왕의 위용을 입증했다. 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누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오승환”이라고 대답했다가 최형우에게 미안했던지 직접 불러 사과한 것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형님 리더십’의 대표적인 예였다.
또 자신의 힘으로 직접 키운 ‘영건’ 김상수와 배영섭은 이에 보답하듯 각각 28개와 38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삼성 특유의 빠른 야구를 이끌었다. 강하고 젊은 사자의 포효가 내년에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