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미완의 성공’ 이만수대행 감독 승격
입력 2011-11-01 01:01
‘헐크’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의 모험은 결국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다.
지난 8월 18일 갑작스럽게 경질된 김성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SK 사령탑에 오른 이 대행의 첫 걸음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휘봉을 잡은 후 2연패에 빠졌고, 김 전 감독을 그리워하던 팬들의 원성도 받으며 ‘유다만수(예수를 배신한 유다를 빗댄 말)’라는 별명을 얻는 등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8월말부터 이 대행 특유의 ‘믿음의 야구’가 선수단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이 대행은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며 “나는 선수들이 잘해줄 것을 믿고 그들의 등을 두드려주는 역할을 하겠다”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과시했다. 선수들도 똘똘 뭉쳐 이 대행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 대행과 선수들은 당초 열세일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듯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KIA와 롯데를 완파하며 대망의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포스트시즌에서 이 대행은 선수 못지않게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홈런을 치면 선수들보다 더 기쁜 표정으로 포효했고, 어필 상황에서는 총알같이 마운드로 나가는 장면도 보여줬다. 하지만 이 대행의 이 같은 믿음은 정작 한국시리즈에서 자신의 고향 팀인 삼성에 의해 좌절됐다. 그래도 그는 데이터 야구와 기계적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김성근식 야구’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이 대행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31일 SK 구단으로부터 감독으로 정식 선임됐다는 선물을 받아 마침내 ‘대행’ 꼬리를 뗐다.
그는 “비록 준우승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진정한 챔피언이다. 핑계 대는 걸 싫어하지만 악조건에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진정한 챔피언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