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타결 진통] 결국… 여야 상임위 ‘충돌’

입력 2011-11-01 00:34

여야가 3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물리적 충돌을 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국회 경위를 머리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소속 외통위원들은 오후 5시40분쯤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의 수정 제안에 대해 당 지도부가 수용불가 입장을 확인한 직후 국회 본청 4층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실로 향했다. 전체회의를 열고 비준동의안 처리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

같은 시각 예산결산특위 회의장에서 마라톤 의총에 참석 중이던 민주당 외통위원들도 이 소식을 접하자마자 달려갔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 외통위 소속이 아닌 민노당 의원들도 합류했다.

야당은 복도 쪽 외통위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근 뒤 위원장실과 회의실 사이 소회의실을 점거하고, 여성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실에 입장하는 것을 막아섰다. 민주당 의원 30여명 등 여야 의원 40여명이 뒤엉켜 소회의실은 난장판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들끼리 몸으로 막고 X팔리지 않느냐”고 고함을 쳤고 야당 측에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저쪽도 막아”라고 외쳤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6시30분쯤 질서유지권까지 발동하고 국회 경위들과 함께 수차례 회의실 입장을 시도했지만 저지당했다. 그는 “오늘 (비준동의안을) 처리하지 않을 테니 전체회의를 열게 해 달라”고 사정했지만 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민노당 김선동 의원이 경위의 머리를 들이받기도 했다.

남 위원장은 7시30분쯤 위원장실 앞 복도로 나와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라며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면서까지 회의를 진행하지는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다만 이건 민주주의 모습이 아니다. 양당 원내대표 서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렇게 합의를 뒤집어버리는 민주당은 비겁하다. 국민 여러분께서 심판해 달라”고 일갈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남 위원장 뒤에서 ‘재협상’을 연호했고, 민노당 조승수 의원은 “쇼 그만하라”고 비난했다.

결국 외통위 전체회의는 개의하지도 못한 채 1시간50분 만에 상황이 종료됐다. 민주당 이종걸 전혜숙, 민노당 강기갑 홍희덕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밤새 위원장실을 점거했다.

앞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불러 “우선 비준안에 동의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미국과 협상하면 안 되겠느냐”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