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싫어한다”… 홍준표 대표 ‘타운미팅’서

입력 2011-11-01 01:12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2040’(20~40대)과의 소통 행보에 나선 첫날부터 대학생들에게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내년 총선 공천 때 판검사 출신들을 대폭 줄이고, 청년 비례대표 제도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매우 싫어한다”=홍 대표는 31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서교동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대학생 30여명과 ‘타운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는 “왜 한나라당을 싫어하느냐”고 물었고 학생들은 “한나라당은 대학생들의 감성을 공감하는 게 부족하다” “멀리 있는 존재라고 느껴진다”는 답변을 쏟아냈다. 유신(24·고려대 국어교육과 3년)씨는 “젊은이들은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매우 싫어한다. 부자 정당 인식이 너무 강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홍 대표는 “한나라당이 부자를 위한 정당이란 것인데, 낙인효과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서민정책을 내놔도 이미지를 벗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미(20·여·연세대 정외과 2년)씨는 “한나라당은 2006년 당시 강재섭 대표가 대학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 5년 만에 대학생과 만났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고도 ‘이긴 것도 아니고 진 것도 아니다’는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 대표는 “소통 노력을 안 한 것은 반성한다”면서도 “이번에 (기초단체장 선거) 8곳에서 이겼다”고 했다. 그러자 이씨는 “이긴 것만 생각하지 말고 진 선거에서 왜 졌는지를 생각해 보라”고 받아쳤다.

홍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려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해 달라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18대 때 당에 들어온 판검사들이 제대로 한 게 없어 내년에는 대폭 줄이겠다”며 “판검사 출신들은 자신이 잘났다는 사람이 많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젊은 남녀를 청년 비례대표로 뽑겠다”면서 “남자의 경우 군대를 다녀와야 한다. 면제자는 안 된다”고 했다.

◇여권 쇄신, 친이계 세력 다툼으로 가나=앞서 홍 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개혁과 쇄신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천막당사 시절과 같은 파격적인 당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홍 대표 중심의 친이명박계 신주류 또는 당권파는 서울시장 보선에서 참패한 후 ‘2040’ 대책과 정책 변화를 통한 쇄신을 해법으로 내놓으며 관련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당 지도부와 청와대 참모진 등 현 지도체제를 유지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반면 구주류로 상징되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지력이 다한 땅은 객토해야 한다”고 당·청 인적쇄신을 주장하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이날 “대통령을 모시는 ‘예스맨’의 행태가 부각되는 모습에 민심이 이반하고 있다”며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주장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공천혁명’을 하려면 강력한 지도부가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힘이 많이 있으니까 힘 있는 분들이 전부 나와 참여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여기에다 선거 패배 후 “젊은이들에게 귀 기울이겠다”고 밝힌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쇠고기 촛불집회 당시 이른바 ‘명박산성’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어청수 전 경찰청장을 경호처장으로 발탁한 점 등도 여권 쇄신에 대한 기대감을 상쇄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어 신임 경호처장을 고리로 청와대를 정면 비판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 벌어지는 쇄신 논란을 임기말 친이계 내부의 마지막 헤게모니 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