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여대 무역과 학생들 ‘장보고 해외현장 체험학습’… 中 상하이서 좌판 벌여놓고 “한궈 비비 마이바”

입력 2011-10-31 19:16


중국 상하이 룽바이 지역에 지난 25일 오후 7시 ‘깜짝 장터’가 열렸다. 중국을 방문한 경인여대 무역과 1학년생 64명이 라면, 과자, 화장품 등 한국 상품 10여종을 길바닥에 늘어놓고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언어 장벽을 뛰어넘은 학생들의 노력에 중국인들은 서서히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판매 실습은 경인여대 무역과의 ‘장보고 해외현장 체험학습’ 일환으로 이뤄졌다. 학생들은 지난 24일부터 3박4일 동안 상하이에서 무역·판매 실습을 하고 이우와 항저우 지역에서는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9세기 바다를 장악해 한국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삼각무역을 주도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개척정신을 본받기 위해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은 올해 6회째지만 2006년 이후 5년 만에 처음 열렸다.

학생들은 낯선 땅에서 상품을 파는 데 애를 먹었다. 상하이는 올 가을 들어 가장 쌀쌀한 날씨여서 행인이 거의 없었다. 장사를 처음 하는 학생들은 중국인에게 쉽게 다가가지도 못했다.

안슬기(19)양은 한국에서 가져온 비비크림과 핸드크림을 손에 쥐고 있을 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안양은 이내 가이드로부터 간단한 중국어를 배운 후 “피오량 제제, 한궈 비비 마이바(예쁜 언니, 한국 비비크림 사세요)”라며 중국 여성들에게 다가갔다. 결국 한 여성이 비비크림을 110위안(약 2만2000원)에 구입했다. 안양은 “처음에는 어떻게 팔아야 하나 걱정했는데 직접 부딪쳐 보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며 “몇 번 하다 보니 자신감이 붙고 재미도 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활기가 돌았다. 몇몇 학생은 중국 공안당국에서 지정해 준 지역을 넘어 인근 호텔과 식당을 찾아가는 적극성을 보였다. 김현경(19)양은 “날씨도 안 좋고 사람들이 없어 찾아다니면서라도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에서는 1시간도 안 돼 다 팔 것 같은데 말도 통하지 않아 쉽지 않았다”고 했다.

2시간여 동안 학생들은 학교에서 마련한 100만원어치 상품 중 80%를 팔아 11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엄청난 이익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윤을 남긴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학과장 라공우 교수는 “중국에서 무역 현장을 몸으로 부딪친 것이 큰 자산”이라며 “직접 물건을 사고팔면서 현지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감각을 키우는 게 장보고 체험 프로그램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