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위풍당당 오승환 행진 누가 막나… 2011년 한국시리즈 무실점 쾌투 ‘삼성 수호신’

입력 2011-10-31 18:46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SK. 양 팀의 간판선수인 오승환(삼성)과 김광현(SK)의 처지가 엇갈리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해가 악몽이었다. 오승환은 지난해 기선을 제압해야할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3-2로 역전한 5회말 2사 만루에 등판했다. 하지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4구와 적시타를 내줘 역전을 허용했다. ‘끝판대장’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한 채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왔다. 지난해 오승환은 특급 마무리에서 그냥 보통 선수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에서 오승환은 팔꿈치와 허벅지 부상으로 힘든 시즌을 보냈다. 겨우 6월에 1군에 복귀했지만 등판하자 난타를 당해 채 보름도 안돼 또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겪었다. 직구 스피드도 140㎞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오승환은 그 해 7월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절치부심하며 재활을 시작, 결국 올 시즌 ‘끝판대장’의 명성을 재확인했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무려 47세이브를 거두며 부활했다. 결국 한국시리즈에서도 오승환은 1·2·4차전에 모두 마무리로 등판해 6탈삼진과 2피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고 승리의 수호신이 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SK의 에이스 김광현은 최고의 순간에서 올해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지난해 김광현은 포수 박경완과 함께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삼성과의 1차전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1회초 1사 후 김상수부터 3회초 선두타자 강봉규까지 역대 한국시리즈 최다인 6연속타자 탈삼진 신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마지막 4차전에서도 우승이 확정된 순간 SK의 마운드에 서있었던 남자는 김광현이었다. 김광현이 우승이 확정된 직후 박경완에게 90도 인사를 한 것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체면을 구겼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도 3번이나 등판했지만 승수를 챙기지 못했던 김광현은 마지막 명예회복의 자리였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고개를 떨궜다. 당시 팀이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반드시 4차전을 따내야한다는 ‘필승’의 의지로 선발 출격했지만 결과는 3이닝 4피안타 2볼넷 3실점이었다. 결국 SK는 삼성에게 3승을 헌납하며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아야했다. 영고성쇠(榮枯盛衰·번성과 쇠락이 서로 바뀜)라는 사자성어가 야구에도 통용되고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