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밤샘 절충안 반나절만에 파기
입력 2011-10-31 22:43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3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최대 쟁점인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한 막판 절충을 시도했으나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합의 실패에 따라 한나라당 소속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오후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외통위 전체회의를 개최하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아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이 비준동의안 처리를 강행할 가능성이 있어 여야 간 물리적 충돌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 위원장은 이날 밤 한나라당 소속 외통위원들에게 1일 오전 10시까지 회의실로 집결하라고 통지했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 심야회동을 통해 ‘양국이 FTA 발효 후 3개월 내에 ISD 유지 여부에 대한 협의를 시작해 1년 안에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다’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ISD 추가합의안에 대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시민단체는 물론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실효성이 없다” “누더기 합의문”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5시간에 걸친 의총을 통해 원내대표 간 합의를 백지화하고 “ISD 유지 여부에 관해 양국 간 재협상 논의를 지체 없이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오면 잠정합의안을 수용하겠다”고 역제안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11월 초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ISD 재논의 약속을 받아오라”고 요구했다.
두 원내대표와 남경필 외통위원장, 민주당 노영민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역제안을 놓고 긴급 4인회동을 가졌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황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측 반대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민주당의 역제안은 재재협상과 다름없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도 “대안이 아니라 억지다. 협정문에 사인한 지 얼마 안 되는데 그걸 (대통령이) 빼오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한편 양당 원내대표는 심야회동에서 농수축산업 피해보전 대책 및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대책을 골자로 하는 ‘한·미 FTA 여야정 합의문’을 도출했다. 농수축산업 피해보전 대책의 경우 정부가 그동안 난색을 보여 온 피해보전 직불제 개선, 밭농업 및 수산 직불제 시행, 농사용 전기료 적용 확대 등 3개항에 합의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보호 대책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이 담겼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