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치정 폭력… 이별 통보에 격분 여자친구 살해

입력 2011-11-01 11:38


내연 관계나 연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스턴트 사랑이 확산되고 치정 폭력을 두 사람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흉악 범죄를 양산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C씨(46·여)는 올해 초등·중학교 동창회에서 30년 만에 임모(46)씨를 만났다. 10여년 전 이혼해 두 딸과 살고 있는 C씨는 가정이 있는 임씨와 내연의 관계로 발전했다. C씨가 지난 6월 청소년기 딸들을 고려해 이별을 통보한 이후 임씨의 폭력이 시작됐다. 급기야 임씨는 지난 8월 말 집 근처 모텔로 C씨를 끌고 가 때린 뒤 성폭행했다. 임씨는 이를 동영상으로 찍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견디다 못한 C씨는 결국 경찰에 임씨를 신고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임씨를 강간 상해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31일 경기도 고양시 행신동에서는 현모(40)씨가 헤어질 것을 요구하는 여자친구 K씨(30)를 컴퓨터 전원 케이블로 목졸라 살해한 뒤 경찰에 자수했다. 두 사람은 인터넷 동호회 카페를 통해 만나 1년간 교제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고양경찰서는 현씨를 살인 혐의로 구속할 방침이다.

지난 16일 서울 방화동 L씨(44·여) 집에서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소주병으로 내연 관계인 L씨를 폭행한 박모(46)씨가 살인미수 혐의로 강서경찰서에 구속됐다. 살인 등 전과 8범인 박씨는 지인 소개로 L씨를 만난 뒤 지속적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연인 또는 내연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 2007년 337건, 2008년 381건, 2009년 425건, 지난해 44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까지 241건을 기록해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전망이다. 여성인권단체 ‘한국 여성의 전화’ 성폭력 상담건수에서 데이트나 치정 폭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27.7%에서 올해 38.4%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인터넷 카페나 SNS 등을 통한 즉석만남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했을 경우 치정 폭력에 노출되기 더 쉽다고 경고한다. 여성의전화 관계자는 “통상적인 인간관계는 친구 등 지인과 이중, 삼중으로 엮여 있어 일탈행동이 일어날 개연성이 낮지만 즉석 만남은 이런 방어막이 없다”면서 “치정 폭력은 방치되면 폭력의 강도가 심해져 조기에 바로잡아야 하지만 사법당국이 둘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