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부활이라니…” 리비아 과도정부 결정 여성들 분노 확산

입력 2011-10-31 18:07

리비아가 해방을 맞았지만, 과도정부의 성차별 정책으로 리비아 여성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29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여성들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 것은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이슬람 율법에 따르는 국가를 표방하며 무아마르 카다피 정부 시절조차 제한했던 일부다처제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NTC의 무스타파 압델 잘릴 수반은 최근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다”며 “샤리아에 상충하는 일부다처제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의 리비아 전문가들은 이 발언에 대해 “이슬람주의자들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리비아 내에서는 가족 문화에 있어 카다피의 잔재를 쓸어버리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도 나온다.

문제는 목적이 무엇이든 리비아 여성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리비아 여성들은 다른 아랍권 국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 활동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일부다처제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이슬람법 준수와 일부다처제 허용은 명백히 다른 문제라는 주장이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부슈라 옴란(20)은 “잘릴 수반의 발언에 모든 여성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나는 부인이 있는 남성과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텍사스 대학의 만수르 엘 키키아 교수는 일부다처제 논란에 대해 “이는 여성들에게 해를 끼치는 조치”이며 “경험이 부족한 아마추어 같은 리더십”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남성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지난 28일 벵가지에서는 수백명의 남성이 일부다처제를 지지하는 시위를 벌였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