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두 딸 잃은 牧者 조의금, 신학대에 쾌척 세상 자녀를 가슴에 안다

입력 2011-10-31 18:09

한 목회자가 한 날 한 시에 두 딸을 잃은 극한 슬픔을 아름다운 기부로 승화시켰다.

주봉채(경기중앙교회) 목사는 지난 여름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나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 딸 셋 중 장녀 은총(24), 막내 영광(20)씨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다. “저에게 있어 우리 애들은 ‘순교자’입니다. 여름성경학교 준비를 하고 오다 그만….” 두 딸 생각에 아버지는 이내 목이 메었다.

13년 전 경기도 남양주시에 교회를 개척한 주 목사는 성도 30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다. 딸들은 이런 아버지의 든든한 동역자였다. 서울장신대에서 교회음악을 전공하던 은총씨는 매 주일 교회는 물론 학교 기숙사 새벽예배에서 4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피아노 반주자로 봉사했다. 음악치료사를 꿈꿨던 은총씨는 성도뿐만 아니라 친구, 선후배들의 상담가로도 활동했다.

서울신대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던 영광씨는 생활관 내에서 ‘천사’로 통했다. 자신의 형편도 넉넉지 않은데 더 어려운 친구들에게 식권을 나눠주는 등 언제나 이웃을 먼저 챙겼다. 평소 아버지에게 “남을 위해 기도하고 도와줄 때 제일 행복하다”고 말하곤 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두 딸을 갑작스레 잃은 아버지는 처음엔 마음을 추스르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딸들의 유품을 정리하다 학자금 대출로 받은 3000만원 빚을 본 순간 비통함이 더했다. “제가 우리 애들에게 해준 게 없어 마음이 더 아팠어요. 적은 금액이지만 조의금으로 은총이와 영광이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일부 빚이 남아 있지만 주 목사는 지난달 초 서울장신대에 그랜드피아노를, 지난 23일 서울신대에 500만원을 각각 전달했다. “큰딸은 하늘나라에서도 이 못난 아비를 걱정했나봐요. 며칠 전 우리 교회 성도님이 꿈을 꿨는데, 은총이가 제게 편지를 썼대요. ‘아빠, 여긴 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우리들 걱정 마시고 언제나 하나님께 충성 봉사하세요’라고요.” 주 목사는 요즘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