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1심 무죄] 법원 “한만호, 한명숙 前총리 스폰서로 보기 어렵다”

입력 2011-10-31 22:23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1심 재판 쟁점은 9억여원을 줬다고 했다가 번복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진술과 검찰이 돈을 건넨 정황증거로 제시한 한신건영 회계장부 등의 증거능력 여부였다. 재판부는 둘 다 인정하지 않았다.

1년3개월간 23차례의 법정공방을 거쳐 172쪽 분량 판결문을 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우진 부장판사는 “판결은 판결일 뿐”이라며 “검찰이 형사소송법에서 요구하는 입증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 “한만호 진술 신빙성 없다”=재판부는 우선 한 전 대표가 2007년 3∼8월 한 전 총리에게 9억여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한 검찰 조사 내용에 대해 법정에서 “꾸며낸 이야기”라며 뒤집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이 없고, 객관적 자료와도 맞지 않다”고 했다. 또 한 전 총리가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로 나서며 직접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것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검찰에서만 70여 차례 조사를 받았다며 강압수사는 아니지만 가석방 등의 회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한 전 대표가 진술하지 않았다면 돈을 받은 한 전 총리 쪽에서 부인하는 상황에서 진술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정치인 스폰서 관계인지 의문=재판부는 또 한 전 총리와 한 전 대표의 친분관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이 처음 돈이 건네졌다고 주장한 2007년 3월 이전에는 같은 한씨 종친이며 한 전 총리의 사무실을 한 전 대표가 임대해 준 인연뿐이라고 봤다. 이 관계가 수억원을 은밀히 제공하는 정치인과 스폰서 관계라고 보긴 힘들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같은 이유로 한 전 대표의 휴대전화에 2007년 8월 이후에야 한 전 총리의 전화번호가 저장된 점을 들어 2007년 3월부터 돈이 오간 정황이 낮다고 봤다.

검찰이 여행용 가방에 담겨 돈이 건네진 장소라던 경기도 고양시 풍동 한 전 총리의 집 인근 이면도로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공개된 장소에서 돈이 오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 한신건영 경리부장이 작성한 채권 회수목록에 한 전 총리를 나타내는 표시가 있지만 이 역시 관리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형태여서 직접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다만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비서 김모(51)씨에게는 한 전 대표로부터 직접 5500만원을 받고 한신건영 법인카드를 이용한 점 등이 인정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400여만원을 선고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