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택시면허 값

입력 2011-10-31 17:43

우리나라에는 1910년대에 처음으로 택시가 도입됐다. 모든 산업이 그렇듯 택시업계도 초기에는 영세성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54년 연합회 출범을 계기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현재 면허대수 25만5003대, 운전자는 29만명에 달할 만큼 성장했다. 면허대수를 기준으로 개인과 법인 비율은 6대 4 정도.

대부분이 적법하게 개인택시면허증을 취득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80년대 말 서울시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불거진 특혜 의혹이 대표적 사례다. 82∼88년 서울시로부터 개인택시면허증을 발급받은 사람 가운데 27%가량이 훈장·표창을 받았거나 군 출신자였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타락한 공무원들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표창을 남발함으로써 개인택시면허증 부정 발급에 일조했다고 질타했다. 또 군사정권 시절 시혜 차원에서 일부 퇴역 군인들에게 개인택시면허증을 내줬다고 일갈했다. ‘국가관’이 투철했던 군 출신의 개인택시 기사들 중에는 군사정권을 비판한 승객들을 파출소로 데려가 곤욕을 치르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택시요금에 비해 가스·부품비가 크게 오르고, 버스·지하철·기차·자가용·자전거 등 대체 교통수단이 급증함에 따라 택시업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처럼 구조조정이 심화되면 개인택시를 생계수단으로 삼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신규 발급이 중단되고 수요가 늘면 당연히 개인택시면허 값은 오른다. 금융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자 2008년 5900만원대였던 서울 개인택시면허 값이 2009년 7000만원으로 오르는 식이다. 시장을 포화상태로 본 서울시가 개인택시면허 발급을 해주지 않아 올해엔 7400만원까지 올랐다.

그래도 서울은 미국 뉴욕보다 훨씬 싼 편이다. 최근 뉴욕 맨해튼에서 법인택시면허 메달(택시 보닛 위에 붙어 있는 알루미늄 배지) 2개가 각각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이 메달 소유자는 80년대에 각각 8만 달러를 주고 2개를 구입했다. 지난 30년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100% 오른 반면 택시면허 값은 1900% 급등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시에 등록된 택시면허 1만3237개 가운데 60%는 법인면허, 40%는 개인면허다. 개인면허 값은 법인면허의 70% 수준. 금 원유 주택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은 뉴욕 택시면허 값은 그야말로 ‘금메달’ 급이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