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용찬] 기업의 사회공헌과 장애인 복지

입력 2011-10-31 17:37


최근 들어 기업들의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말 펴낸 ‘기업재단의 사회 공헌 백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국내 주요 기업의 사회 공헌 비용이 전년보다 22.8% 증가한 2조6517억원에 달했다. 또한 기업의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0.2%를 기록했다. 이는 사회 공헌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넘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필수 투자 항목이 된 것임을 보여준다.

장애관련 활동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연간 12억원을 들여 청각장애인들에게 ‘인공와우(달팽이관)수술을 해주는 사업을 비롯해 저소득층 얼굴기형 환자들을 치료해 주는 ‘밝은 얼굴 찾아주기’와 뇌성마비장애인을 위한 ‘디딤돌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LG그룹은 발육이 부진한 아동에게 성장호르몬제를 지원하는 사업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읽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장애인용 보조기구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운영 중이고, SK그룹 역시 지난 8월말 설립한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기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장애인과 취약 계층 고용을 확대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노력과 분위기와는 별도로 장애인들의 삶은 여전히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들을 열등하고 무능력한 존재로 보는 전통적인 가치관이 우리들의 의식 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사회 통합의 대상이 아닌 격리 수용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여전한 것이다.

또한 장애인은 아직까지 사회적 노출이 적고, 접촉과 교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정보의 전달 또한 미흡한 상태로 남아있다. 따라서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비장애인과의 접촉과 교류를 강화하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민간이 주최하는 각종 행사에 장애인 참가를 활성화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옳다. 또한 각종 언론매체와의 협조를 통해 TV·라디오·인터넷 방송 프로그램에 장애인의 출연을 확대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7월 국내 최초 장애인 뉴스 앵커로 시각장애인 이창훈씨를 채용한 KBS의 노력은 매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동안 넘지못할 벽으로 여겨졌던 방송사에 장애인이 취업한 것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민간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공공기관의 장애인 채용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접촉을 확대시키고 인식개선 노력으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우리사회의 통합에 크게 이바지하길 기대한다.

변용찬 한국장애인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