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 버림받은 노인, 국가지원 옳다
입력 2011-10-31 17:46
생계가 곤란한데도 주민등록상 부양 의무자인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을 거절당한 권모 노인이 대구 달서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권 노인은 장남과의 관계가 악화돼 연락과 왕래가 끊긴 상태임에도 달서구는 권씨 장남이 5000만원의 재산이 있고 월 소득이 700만원이 넘는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권 노인 손을 들어 주었다. 대법원 판결은 사회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당연하다.
최근 가족 해체가 가속화되고 중산층 붕괴와 노령인구 급증으로 부모 봉양 문제를 둘러싸고 부모 자식 간에 다툼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양료 청구소송은 지난 2002년 68건에서 2010년에는 203건으로 3배로 증가했다. 여기에는 인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노인 부양책임이 가족이 아닌 사회라는 의식이 일반화되고 있다. 2002년에 국민 70%가 노부모 부양책임이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했으나, 2010년에는 36%만이 가족에게 있다고 답한 조사결과가 나왔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지난 6월말로 500만명을 돌파했다. 더불어 기초생활수급 노령자수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가보호를 신청한 노인들 가운데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한 4명 중 3명은 탈락 이유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라고 한다. 그동안 자녀가 부양을 거부하거나 오래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도 자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는 지원을 거부했다.
버림받는 노인들이 현실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해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 과거처럼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다만 가족이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국가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한다는 원칙 아래 철저한 실사와 심사를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노인이 없도록 해야 한다. 부모부양 능력이 있는 자녀들이 이유 없이 부양을 거부할 경우 국가가 선지원한 후 자녀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강제이행 방식도 적극 고려할 만하다.